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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충남 서해안의 해양안개 증가 – 해양 대기 경계면 변화와 항로 안전 문제

twinklemoonnews 2025. 7. 4. 19:29

2024년 봄과 여름 사이, 충청남도 서해안 일대에서는 유독 짙고 긴 해양안개(Marine Fog)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해상교통과 어업활동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보령, 서천, 태안, 안면도 등 주요 항구에서는 시정이 200m 미만으로 떨어지는 조밀한 해무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기도 했으며, 태안 앞바다에서는 어선이 방향을 잃고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사고도 있었다.

과거에는 해양안개가 주로 일출 전후 몇 시간에 머무르는 단기 현상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안개 발생 빈도와 지속시간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2024년 상반기 충남 해역에서는 3월~6월 사이 해양안개가 발생한 날이 28일로, 평년보다 70% 이상 늘었다는 기상청 발표도 있었다. 이로 인해 해상 교통 운항 차질은 물론, 항공기 결항, 어선 안전사고 증가, 수산물 수송 지연 등 경제적 손실까지 겹치는 복합 재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후위기

 

해양안개는 바다 위의 기온과 공기의 온도차, 수증기 함량, 해류의 흐름 등에 의해 형성되며, 기후변화가 그 원인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글에서는 충남 서해안의 해양안개 증가 현황과 원인, 해양 대기 경계면의 변화, 항로 및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예측력 향상과 대응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충남 서해안의 해양안개 증가 실태와 특징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안개 발생 빈도는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보령, 태안, 서천의 연간 해무 일수는 각각 42일, 39일, 37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평균 50% 이상 상승한 수치다. 특히 5~6월 사이에는 하루 10시간 이상 안개가 지속된 사례가 8차례 이상 보고되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밤낮 구분 없이 24시간 이상 해무가 지속된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이러한 안개는 단순히 시야만 가리는 것이 아니라, 해상 이동 수단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태안 안흥항에서는 5월 중순, 안개로 인해 연안 여객선이 4일 연속 결항했고, 그에 따라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업계의 피해도 컸다. 또한 서천 앞바다에서는 시정 불량으로 인해 어선과 양식장 선박 간 충돌이 발생했으며, 보령에서는 해안도로에서 차량 간 사고도 보고되었다.

충남 해역의 해양안개는 일반 안개보다 더 짙고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이는 서해가 얕은 바다로, 조석 간만의 차가 크고, 차가운 해류와 따뜻한 공기가 자주 만나 기온차가 심한 해역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따라서 기온이 높아질수록 해무 형성 조건은 더욱 빈번하게 갖춰지고 있으며, 기후 위기가 해양안개를 ‘일상적인 위험’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이다.

 

해양 대기 경계면 변화와 해무 증가의 기상학적 원인

해양안개가 빈번해지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해양과 대기 사이의 ‘온도 경계면’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바다와 공기 온도가 점진적으로 바뀌었으나, 최근에는 해수면 온도와 대기 온도의 차이가 더욱 극심해지면서 대기 안정도가 약화되고, 수증기 응결이 쉬워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2024년 4월 기준, 충남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4~15도로 예년 수준과 비슷했으나, 이 시기 한반도 상공에는 예년보다 따뜻한 고기압권이 머물면서 낮 기온은 24도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찬 바다 위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흘러들 때, 하층의 수증기가 급속히 응결되며 해양안개가 형성된다. 특히 밤에는 복사냉각이 추가로 작용하며 안개가 더 짙어지고 오래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다 위 공기의 흐름이 느려지고, 정체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는 해무를 걷어내는 바람이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며, 기후시스템 전반이 안개가 유지되기 쉬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봄철에 자주 발생하는 남풍과 동남풍 계열의 해풍이 상대적으로 더 습한 공기를 서해로 끌어들이며, 해무 형성의 조건이 과거보다 더 자주 충족되고 있다.

 

해양안개가 항로 안전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충남 서해안은 연안어업, 양식, 해상관광, 연륙교통 등 다양한 해양산업의 중심지다. 그러나 해양안개가 증가하면서 이 모든 분야에 직접적인 피해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첫째, 안개로 인한 시정 저하는 어선, 화물선, 여객선 운항에 큰 차질을 유발하고 있으며, 2024년 봄에는 태안과 보령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 노선이 안개로 인해 총 12일간 운항 중단되었다.

둘째, 선박 간 충돌과 조난 사고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충남해양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해무로 인한 구조 요청은 38건으로, 전년도 대비 44%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은 시정 불량으로 항로를 이탈한 어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해무는 육지에서의 시야와 달리 레이더나 GPS에 의존해도 오차 가능성이 높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선박 간 사고 위험이 크다.

셋째, 지역 관광산업에도 타격이 크다. 태안, 안면도, 서천 등은 봄~초여름까지 관광객 유입이 많은 시기인데, 연안 해상 투어나 낚시 관광이 연달아 취소되며 숙박업, 식당, 유류업 등 지역 경제에 연쇄적 피해를 주고 있다. 해무 발생 일수가 늘어날수록 계절적 수입에 의존하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예측력 향상과 해양안개 대응을 위한 정책 과제

해양안개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첫째, 고해상도 해양기상 예측 시스템의 정비와 관측소 확대가 시급하다. 현재 기상청과 해양수산부가 제공하는 안개 예보는 공간 범위가 넓고 시간 단위가 커, 실제 선박이나 어민들이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다. 보령, 서천, 태안 일대에 마이크로기상관측소를 확대 설치하고, 드론·부이 기반 실시간 관측 장비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해양안개 발생 시 선박 운항 안전을 위한 정보 공유 체계 강화가 요구된다. 연안어업 선박에 실시간 시정 데이터와 해무 위험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스마트 어선 시스템 도입, 어업인을 대상으로 한 안개 대응 훈련 프로그램, 지자체·해경·어업단체 간 정보 연계 플랫폼 구축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해양안개와 관련된 기상재해 보상 제도도 검토해야 한다. 장기간 안개로 인해 어획량 감소, 운항 중단, 관광 취소 등이 반복되면 피해는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기후 위기 관련 보장보험, 어업 재해보조금, 지역경제 회복지원금 등 다각적인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충남 서해안 전체가 기후 취약 해역으로 지정되어 중장기 기후적응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해양안개는 더 이상 드문 자연현상이 아니다. 이는 기후 시스템 변화의 최전선에서 발생하는 일상적 위험이며, 이를 전제로 한 예측-경고-대응의 통합적 시스템이 마련돼야 충남 해역의 지속가능한 삶과 산업이 보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