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부산 기온 상승과 도시 열섬 – 항만 도시의 열 분포 구조 변화
2024년 여름, 부산시는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평균기온과 폭염일 수를 기록했다. 7월 평균기온은 29.6도, 열대야 일수는 23일을 기록하며 10년 전보다 1.8도 상승한 수치를 보였고, 부산항 인근과 도심 고밀도 지역은 체감온도가 37~40도에 달하는 극심한 더위에 시달렸다. 여기에다 새벽 시간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으며 시민들은 “더위가 하루 종일 끊기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항만 도시이자 해양성 기후의 완충 효과로 인해, 과거에는 폭염보다는 고온다습한 날씨로 알려졌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기후 위기와 도시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열섬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항만·산업지구와 도심이 인접한 지리적 특성이 열 축적과 대기 흐름 정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도시의 열 분포는 단순히 기온만이 아니라, 건축물 배치, 포장 구조, 녹지율, 수변 구조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글에서는 부산의 기온 상승 추이와 열섬 현상 실태, 항만도시 특유의 열 분포 구조 변화,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부산시의 기온 상승 실태와 열섬현상 고착화
2024년 여름, 부산시는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18회 발효되며 기상청 기준 전국 상위 폭염 도시로 기록되었다. 특히 서면, 연산, 해운대 일대는 평균보다 2~3도 높은 기온이 관측되었고, 사상구와 부산항 북항 지역은 야간 최저기온이 27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가 20일 이상 지속되었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단순한 계절적 특성을 넘어서 도시 열섬현상의 고착화를 의미한다.
열섬현상은 일반적으로 도심의 인공 구조물(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 등)이 태양열을 흡수하고 이를 느리게 방출하면서 주변 지역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현상이다. 부산의 경우 도심 밀집도와 항만·산업지역이 인접해 있어 복사열 축적이 매우 활발하고, 대규모 항만시설과 공장지대가 열 분포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에는 바다에서의 해풍이 약해지고, 바람길이 막힌 도심 지역의 대기 정체가 심화되며, 열이 지표면에 고이는 구조가 더 뚜렷해졌다. 부산시 기후환경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서면과 사상 일대의 지표 온도는 주변 농촌보다 5~6도 높은 ‘초열섬지대’로 분류되며, 이런 현상은 매년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항만도시 부산의 특수한 열 분포 구조와 원인
부산은 일반적인 내륙 도시와 달리,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항만 도시로서 독특한 열 분포 구조를 가진다. 우선, 부산항과 북항 재개발 구역은 광범위한 콘크리트 구조물, 하역장, 주차장, 물류창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강한 복사열 발생원으로 작용한다. 여름철 강한 햇빛 아래 이 지역의 지표 온도는 50도에 육박하기도 한다.
또한 항만지대는 대부분 녹지와 그늘이 부족하고,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컨테이너 적치장, 고층 항만 건물, 밀폐형 물류단지가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어, 냉각되지 못한 열이 구조적으로 고이게 되는 ‘도시 히트존’이 형성된다. 이는 바로 인접한 도심 지역에도 영향을 주어, 해운대·남포·중앙동 일대까지 고온의 열 흐름이 확산되며 광역적 열섬현상을 유발한다.
또한 여름철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양성 완충 효과’가 약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과거에는 해풍이 도심의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지만,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 더운 공기를 실어 나르게 되었다. 이로 인해 부산은 이제 해안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열섬이 심한 역설적 기후 구조를 갖게 된 셈이다.
도시 열섬으로 인한 생활환경 및 건강 문제
열섬현상이 고착되면 도시 전체의 생활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야간 기온이 낮아지지 않아 시민의 수면 질과 건강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부산시의 2024년 여름 건강모니터링 결과, 열대야 지속 지역에서 불면, 두통, 탈수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 비율이 48% 증가했고, 고령층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 대비 63% 늘었다.
또한 소규모 점포, 전통시장, 도심 상가 지역에서는 에어컨 의존도가 높아지며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일시적인 정전 사태를 유발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 동구와 중구 일대는 지하상가 밀집지역으로, 냉방 시스템이 취약한 환경에서는 열기 누적에 따른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
물류·교통 분야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항만지대의 컨테이너 야드와 물류기지에서는 작업자들의 야외 근무 중단이 반복되었고, 차량 고온 경고와 타이어 파손이 빈번해지며 항만 물류 지연과 산업 생산성 저하로 연결됐다. 이처럼 열섬은 단순히 더운 날씨를 넘어, 도시 기능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기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형 열섬 대응 전략과 항만도시 기후 적응 방향
부산이 열섬도시로의 전환을 막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항만·도심 연계형 열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항만지대에 대한 복사열 저감 설계 도입이 시급하다. 주요 하역장, 창고, 광장 등에 차열 도료, 태양광 차단 패널, 반사형 포장재 등을 적용하고, 컨테이너 적치장의 음영 조정과 재배치를 통해 열의 직사 확산을 줄여야 한다.
둘째, 도심 내 녹지 확충과 바람길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부산은 해안선이 많은 도시로, 도심 안에서 해풍이 통과할 수 있는 공공녹지와 저층지역을 보존하고 연결하는 ‘열 회랑(Heat Corridor)’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북항 재개발과 연계하여 ‘해양 바람길’을 확보하는 입체적 도시 설계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셋째, 항만작업자와 도심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열대응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실시간 기온 모니터링, 쿨링쉘터 운영, 무더위쉼터 확대, 야외근무 조절 시스템 등을 통합 운영하며, 지역 기반의 기후 돌봄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기온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요 예측과 전력 분산 시스템 개선도 장기적인 과제로 포함돼야 한다.
부산은 단순한 해안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해양 경제 중심지이자 국제 무역항이기에, 열섬 대응 전략 또한 도시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기온 상승은 피할 수 없지만, 도시의 기후회복력은 지금부터 설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