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강원 산간 지역의 기온 상승 – 고산 생태계 변화와 야생동물 이동

twinklemoonnews 2025. 7. 5. 13:54

최근 몇 년 사이,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고산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일대에서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10년 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했고, 겨울철 강설량 감소와 봄철 해빙 시기가 빨라지면서 식생 분포와 야생동물의 서식 패턴에 이례적인 변화가 관측되고 있다.

특히 고산지역에서만 서식하던 일부 식물과 동물들이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거나 서식지를 잃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반대로 중 저지대 야생동물이 고산지역으로 북상해 생태계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기온 상승은 단순한 날씨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산림 생태계의 피라미드를 바꾸고, 지역 생물다양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후위기동물

 

이러한 변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표적인 '수직 생태 이동(vertical migration)'의 사례로서, 기후 위기가 지역 생태계에 어떤 파급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이 글에서는 강원도 산간 지역의 기온 상승 실태, 고산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식생·동물 변화, 야생동물 이동 및 생존 리스크, 그리고 향후 생태 보전과 적응 전략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본다.

 

강원 산간 지역의 기온 상승 실태와 특징

강원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고도를 가진 산악 지역이자,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기후 민감 지역이다. 2024년 강원도 기상청에 따르면, 설악산 중청대피소(해발 1,676m)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2010년 대비 1.7도 상승했으며, 겨울철 평균기온은 영하 11도에서 영하 8.5도 수준으로 완화되었다. 이는 계절 경계가 모호해지고 고산지역의 냉대기후 특성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과거에는 10월 중순이면 첫얼음이 관측되던 고지대가, 2024년 기준 11월 중순까지도 영상 기온이 유지되었으며, 12월 초까지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사례가 반복되었다. 이와 같은 온난화 경향은 고산 지대의 계절성 생태 주기(계절별 발아, 월동, 번식 등)를 심각하게 교란시키고 있다.

기후 상승과 함께 폭염일수 증가, 열대야 발생, 그리고 집중호우와 같은 극한기상도 고산지역에서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오대산 해발 1,100m 고지대에서는 2024년 여름, 최고기온 31도를 기록하는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관측되었으며, 이는 고산 생태계가 더 이상 시원하고 안정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고산 식생의 분포 변화와 생물종의 수직 이동

기온이 상승하면 식물의 생장 한계 고도가 점차 올라가게 되는데, 이를 식생대의 상향 이동현상이라 부른다. 강원도 고산지대에서는 해발 1,000m 이상에서만 자라던 신갈나무, 분비나무, 잣나무와 같은 한대성 식물들이 점차 줄어들고, 대신 중산간 지역에서 주로 자라던 밤나무, 졸참나무 등의 난대성 식물이 더 높은 고도로 분포를 넓혀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설악산 해발 1,300m 이상 지역에서 관측되지 않던 신갈나무 개체군이 2020년대 중반부터 정착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는 기온 상승에 따른 식생대 경계 이동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고산 특산 식물인 구상나무와 좀잣나무는 개체수가 급감하며 멸종 위기 상태에 놓였다.

식물 생태계가 바뀌면 곧장 이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곤충, 조류, 포유류 등의 동물 생태계도 연쇄적으로 이동하거나 소멸 압박을 받게 된다. 특히 특정 고산 식물에 의존하는 희귀 나비류나 벌목 곤충들은 서식처가 줄어들면서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결국 강원도 산악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몇 년 내에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 변화와 생존 리스크 확대

기온 상승과 서식지 변화는 야생동물의 행동반경과 분포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담비, 고라니, 멧돼지, 너구리 등 중·저지대 야생동물들이 해발 1,200m 이상의 고산지역으로 이동해 활동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환경부가 설치한 생태계 감시 카메라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설악산과 태백산 고지대에서 멧돼지의 출현 빈도가 3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이동은 단순한 개체 이동이 아닌 서식권의 중첩과 먹이 경쟁, 서식지 훼손을 동반하는 생태계 충돌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고산에 고유하게 살아가던 족제비, 담비, 노루 등의 생태적 지위가 침입종에 의해 위협받고 있으며, 종 다양성이 감소하고 생태계 내 역할이 뒤바뀌는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또한 겨울철 눈이 줄어들고 기온이 올라가면서 월동지 이동 시기가 불분명해지고, 일부 조류나 포유류는 철새 이동 시기와 방향까지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 관측된다. 고산 야생동물은 상대적으로 번식 주기가 느리고 개체 수가 적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멸종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고산 생태계 보전을 위한 대응 전략과 적응 방향

강원 산간 지역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기온 상승을 전제로 한 보전·관리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첫째, 기후 변화에 민감한 고산 식물과 동물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국립공원공단, 산림청, 기상청이 협력하여 고도별 생태계 변화 관측소를 확대 설치하고, 연례 데이터 기반으로 생태계 이동 시계열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둘째, 기후 변화에 적응 가능한 생물다양성 회복 전략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고산 희귀종의 종자 보존, 인공 번식, 고도별 이식 실험 등을 통해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야생동물 이동 경로에 대한 보호구역 확대 및 생태통로 조성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산간 지역 주민, 임업인, 관광업 종사자들과 함께 생태 보호 인식 확산 및 지속가능한 이용 모델 구축이 필요하며, 특히 등산로 개발과 숙박 인프라 확장 시 생태계 영향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생태계 보전은 단순히 보호구역 설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기후변화에 강한 회복력을 갖춘 지역 기반 시스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 대응 정책에 ‘고산 생태계’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국가적 차원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강원 산간 지역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보고이자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공간이다. 이곳의 변화는 곧 한반도 생태계 전체의 경고이며,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