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울산 산업 지역의 기후 변화 – 대기 오염과 기온 상승의 이중 위험
울산은 대한민국 최대의 산업도시이자, 자동차·조선·화학 등 중화학공업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 경제의 핵심 도시다. 그러나 최근 울산은 산업발전의 그늘에서 기후 위기의 최전선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4년 기준 울산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30도를 넘었으며, 초미세먼지(PM2.5) ‘나쁨’ 이상 일수도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산업단지가 밀집한 남구와 울주군 일대에서는 기온 상승과 대기오염이 동시에 심화되는 이중 위험(double burden)이 드러나고 있다.
울산의 경우, 도시 특성상 대규모 연료 연소, 고온 공정, 대형 차량 운행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에 도시 구조상 풍속이 낮고 해안선을 따라 개발된 산업지대가 오염 축적에 취약한 형태를 띠고 있어, 기온 상승과 대기오염이 서로를 증폭시키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울산의 기온 상승 및 대기오염 실태, 산업 구조와 기후 위기 간 상관성, 시민 건강 및 도시환경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 지속 가능한 산업도시 전환을 위한 대응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울산 지역 기온 상승과 대기오염 실태
2024년 여름, 울산은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를 기록했다. 7월 평균기온 30.4도, 최고기온 37.2도, 열대야 일수 24일로, 폭염특보가 17회 이상 발령되었다. 특히 울산 남구와 울주군 온산읍은 고온 현상이 집중된 지역으로, 산업시설과 주거지역이 혼재한 구조에서 기온 상승 폭이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한국기상청에 따르면 울산산업단지 인근 지표 온도는 일반 주거지역보다 2.5~4도 높게 측정되었다.
기온 상승과 함께 대기오염도 함께 악화되고 있다. 2024년 울산시의 초미세먼지(PM2.5) 연평균 농도는 27㎍/㎥로 전국 평균(20㎍/㎥) 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으며, ‘나쁨’ 이상 일수는 92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다. 온산·여천·미포 등 대형 화학단지 및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미세먼지 등의 배출량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날씨와 기온 역전 현상이 결합되며, 지표면 부근의 대기 오염물질이 장시간 정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열섬 현상과 대기정체가 겹쳐진 '복합 오염지대'를 형성, 울산 시민들이 이중의 기후 위기를 체감하게 만드는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산업구조와 기후 위기 가속화의 연결고리
울산의 산업 구조는 본질적으로 고탄소·고열·고오염 기반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단지는 고온의 공정 가동, 대형 스팀 발생, 폐열 방출이 지속되며 지역 기온을 직접적으로 상승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특히 조선 및 금속 가공업은 전기와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며, 열에너지 손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울산 남부의 미포국가산업단지와 온산국가산업단지는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의 대형 화물차량이 출입하며, 이는 배기가스, 질소산화물, 입자상물질 등의 주요 발생원이다. 산업단지와 물류 이동이 집중된 이들 구역은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의 핵심지점이자, 도시 기후 시스템 교란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더불어 산업단지는 대부분 콘크리트·아스팔트로 포장된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복사열 축적과 배출을 가속화시키며 열섬현상을 유도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울산은 기온 상승이 대기오염을 강화하고, 오염물질이 온난화를 촉진하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으며, 기후 위기와 산업구조 간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시민 건강과 도시환경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
울산에서 기온 상승과 대기오염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건강과 생활환경은 중대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남구·울주군 지역의 주민들은 여름철 호흡기 증상, 안구 자극, 수면장애, 열사병 증후군 증가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울산대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24년 온열질환 응급환자 수는 전년 대비 72% 증가했다.
대기오염물질은 장기적으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률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어린이, 고령자, 심혈관계 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과 산업단지 인접지 간에는 환경 건강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공단 인근 학교에서의 공기질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어린이 천식, 비염, 알레르기 질환 발생률 증가도 보고되고 있다.
도시환경 측면에서는 폭염에 의한 전력 사용 급증, 냉방기기 과부하, 야외 근로자의 작업 중단, 도시농업 및 녹지대 피해 등 경제적 손실과 에너지 불균형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열섬 구조는 도시 전체의 열환경 흐름을 왜곡시켜, 주거지까지 열기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울산의 기후 위기 대응 전략과 산업도시 전환 과제
울산이 기후 위기의 이중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산업 중심 도시 구조를 기후적응형 도시로 전환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온산·미포 산업단지 중심으로 산업 열원 저감 기술 도입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폐열 회수 시스템, 고효율 보일러 교체, 배출가스 정화장치의 고도화 등을 통해 직접적인 열과 오염물 배출을 줄이는 기술적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둘째, 산업단지와 주거지역 사이의 완충녹지대 확대 및 바람길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역에 조성된 방풍림과 도로변 녹지대는 열기와 오염물질을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고밀도 녹화와 녹지 연계축 구축을 통해 산업 열섬 차단벽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그린인프라 강화가 요구된다.
셋째, 공공 건강 보호체계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지역 병원, 보건소, 학교, 노인시설에 실시간 공기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폭염 시 쿨링쉘터 확대, 이동식 냉방버스 운영,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 기후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산업도시 모델을 위한 민관 협치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ESG 경영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적극 이행하고, 지자체는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시민단체와 함께 지역 기후 대응 거버넌스를 구성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심장인 동시에, 기후 위기에 가장 노출된 도시다. 이제는 생존 가능한 산업도시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