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제주 해양 기온 상승 – 연안 생태계와 어장 변화 분석
제주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섬이자, 한국 연근해 수산업의 중요한 거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연안 해역의 해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연안 생태계와 어장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2024년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 해역의 연평균 수온은 21.5도로 1990년대 대비 1.8도 상승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해수면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는 고수온 현상도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해양기온 상승은 단순히 바닷물 온도가 높아진다는 차원을 넘어서, 어류의 이동 경로 변화, 양식 어종의 폐사 증가, 해양 생태계 종 구성 변화, 외래종 확산 등 다양한 연쇄적인 환경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제주 연안은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며 다양한 어족이 공존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였으나, 지금은 열대성 어종 출현과 전통 어장 붕괴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격변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제주 해양기온 상승의 실태, 연안 생태계에서의 종 구성 변화, 어장 환경 및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 지속 가능한 해양관리와 대응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제주 해역 해양기온 상승 실태와 특성
기상청 및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제주 연안의 해수면 온도는 최근 30년간 연평균 0.06도씩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평균 해양기온 상승 속도보다 1.5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특히 제주 북부와 서부 해역, 한림애월한경 일대에서는 표층 수온이 여름철 기준 29~30도까지 치솟는 고수온대가 형성되고 있다.
해양기온 상승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며, 겨울철 수온도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난류(쿠로시오 해류)의 북상과 해양순환의 약화, 대기 온난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제주 연안은 좁은 대륙붕 구조와 얕은 수심으로 인해 해수의 축열 효과가 높고, 온도가 쉽게 상승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해수의 층화(해수 상하층의 온도 차에 따른 혼합 저해) 현상도 심해지면서, 심층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산소 부족 상태(빈산소 수괴)가 형성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는 생물들이 상층으로 몰리는 문제를 유발하며, 전체 해양 생태계의 생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결국 제주 해역은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예민하게 해양기온 상승을 체감하는 지역 중 하나가 된 것이다.
해양기온 상승으로 인한 연안 생태계 변화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해양 생물들의 분포와 생존 전략이 변화하게 된다. 제주 연안에서는 최근 열대성 어종의 출현 빈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청새치, 날개다랑어, 파랑쥐치, 독가시치 등 기존에는 남해 먼바다에서나 관찰되던 종들이 연안에서 자주 포획되고 있다. 반대로 전통적인 저온성 어류인 전갱이, 볼락, 도다리 등은 남하하거나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어종의 구성 변화에 그치지 않고, 먹이사슬의 붕괴, 생물다양성 저하, 경쟁 관계의 재편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제주 특산 해양생물인 자리돔과 다금바리의 산란기가 기존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졌으며, 이는 생태 주기의 교란을 의미한다. 또한, 외래성 해파리나 해조류가 확산되며 토착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잠식하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
수온 상승은 바다의 산소 용해도를 감소시키고, 이는 다시 어류의 대사 활동 저하와 폐사율 증가로 이어진다. 해조류의 경우도 온도 상승에 따라 갈조류(미역, 다시마 등)는 줄고, 열대성 녹조류와 홍조류가 우점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는 연안 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을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해양의 기후조절 기능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어장 변화와 제주 수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제주 해역의 해양기온 상승은 전통 어장의 생산성과 어업 생계 기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 사례는 전복과 광어 양식장에서의 대량 폐사다. 전복은 수온 28도 이상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30도 이상에서는 폐사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광어 역시 고수온에서 면역력이 저하되며, 기생충 및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한다. 생산량 저하와 품질 악화는 곧장 가격 하락과 농가 수익 감소로 이어지며, 수온에 민감한 넙치, 감성돔, 참돔 등의 양식 품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제주도 해양수산기술원에 따르면, 2024년 여름 고수온 경보 발령 기간 동안 양식 피해 추정액은 약 160억 원에 달했다.
또한 해양기온 상승은 어장의 이동과 불안정성을 유발해, 전통 어장에 의존하던 연근해 어업에도 타격을 준다. 어민들은 “이전에는 5월에 잡히던 어종이 이제는 7월에나 출현한다”, “그물에 들어오는 물고기 종류가 해마다 바뀐다”라고 호소한다. 결국 어획량 예측이 어렵고, 어선 운항 거리도 길어져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경제 손실을 넘어서, 지역 사회의 생계 기반과 일자리, 수산물 공급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해양기온 상승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한 해양관리 전략
제주가 해양기온 상승에 대응하고 연안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반의 선제적 대응 전략과 정책적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첫째, 해양기온·산소·pH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해양관측 시스템을 전 해역에 구축하고, 고수온 예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여 양식 어민에게 실질적인 사전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 수온 상승에 취약한 양식 방식에서 벗어나 내열성 품종 개발 및 순환식 양식(RAS) 전환을 확대해야 한다. 제주도는 일부 시범양식장에서 내열 전복 품종 개발을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고수온 대비 설비 보급 지원, 친환경 양식시설로의 구조 전환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셋째, 연안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해조림 조성, 어초 설치, 바다숲 조성 등 생태 기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수온 상승으로 약화된 해양 생물의 서식지를 보완하고, 탄소 흡수 기능까지 함께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외래종 모니터링과 생물다양성 관리를 병행함으로써, 장기적인 해양 생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민과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해양기후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한 피해 보상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 인식 개선, 지역 어촌계 중심의 자율관리형 어업 체계로 전환해야 하며, 국가 단위의 해양 기후적응 전략 안에 제주 연안이 별도로 포함될 수 있도록 특화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제주의 해양은 한국의 해양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지금 바다의 변화를 놓치면, 수산업과 해양 생태계의 회복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