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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남해군 해양 산소 부족 심화 – 수온 상승과 양식 밀도 증가가 초래한 산소 부족 해역 사례

twinklemoonnews 2025. 7. 15. 08:00

경상남도 남해군은 한국 남해안을 대표하는 청정 해역 중 하나로, 조용한 내만과 복잡한 해저 지형 덕분에 오랫동안 양식업과 해양 생태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미역, 다시마, 굴, 전복 등의 양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요한 수산 기반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남해군 일대 바다에서 산소가 부족한 해역, 즉 '빈산소 수괴(hypoxic zone)'의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양식 생물의 집단 폐사, 해양 생물다양성 감소, 어업 손실 증가 등 다양한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여름, 남해 동부 해역에서는 수층 아래 산소 농도가 1㎎/L 이하로 떨어지는 심각한 산소 결핍이 반복적으로 관측되었고, 이로 인해 양식장 전복, 멍게, 가리비 등의 폐사가 대규모로 발생하였다. 이러한 해양 산소 부족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수온 변화 때문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인간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특히 해수면 온도의 지속적인 상승, 양식장의 과밀화, 해수 혼합을 방해하는 대기 안정화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남해군 해역을 점점 더 ‘죽은 바다’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남해군 해역에서 발생하는 해양 산소 부족 실태, 수온 상승과 수직혼합 약화 메커니즘, 양식 밀집 구조와 인위적 요인, 해양 생태 보전과 수산업 지속을 위한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남해군 해역의 산소 부족 현황과 피해 사례

2024년 여름, 남해군 삼동면과 설천면 앞바다에서는 수온 28도 이상, 염분 33psu 이상의 고온 고염 수괴가 형성되었고, 수심 10m 이하 하층에서 용존산소(DO) 농도가 0.8mg/L 이하로 떨어진 상태가 약 2주간 지속되었다. 이 같은 ‘빈산소 해역’은 산소를 거의 포함하지 못해 대부분의 저서생물 및 양식 생물의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며, 실제로 해당 해역에서 양식하던 전복과 멍게는 80% 이상 폐사율을 기록했다. 일부 해역에서는 굴과 가리비가 껍데기를 열지 못한 채 질식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기후위기 굴양식장

 

기상청 및 국립수산과학원의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비 2024년 남해 해역의 빈산소 수괴 면적은 약 1.6배 증가했으며, 발생 기간도 평균 15일 이상으로 장기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닷물 교환이 느리고 수심 변화가 급격한 내만 지역일수록 이러한 산소 고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피해는 단순히 양식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어류들이 외해로 이동하거나 죽게 되면 자연산 어획량도 급감하게 되며, 이는 지역 어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남해군 어민들은 “예전엔 여름에도 조업을 나가면 뭔가 걸렸는데, 이제는 바다가 비어 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는 해양 생태계 전반의 기능이 붕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온 상승과 해양 수직혼합 약화의 기후적 메커니즘

해양 산소 부족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2024년 8월 기준, 남해 해역의 표층수온은 평년보다 2.1도 높은 28.6도를 기록했으며, 이는 과거 10년 평균보다 1.8배 빠른 상승 속도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해수가 가벼워져 밀도가 낮아지고, 바닷물의 상·하층이 잘 섞이지 않게 된다. 이는 해양 수직혼합 약화로 이어지며, 표층에는 산소가 남아있지만 수심이 조금만 내려가면 산소 공급이 끊기는 상태가 된다.

또한 수온이 높을수록 해수가 머금을 수 있는 산소 용존량도 감소한다. 즉, 따뜻한 바다는 구조적으로 산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기압배치의 변화로 인해 여름철 대기 안정화 현상이 심화되며, 바람이 약해지고 해수면이 고요해지면서 해수의 혼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 결과, 하층에서는 플랑크톤 사체와 유기물 분해로 산소가 소비되지만, 새로운 산소 공급은 이뤄지지 않아 무산소 상태가 장기화된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은 단순히 해수의 온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산소 공급 체계를 붕괴시키는 복합적 기상 메커니즘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양식 밀도 증가와 인위적 오염원이 만든 복합 부담

남해군은 양식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미역, 다시마, 굴, 전복, 멍게, 가리비 등 다양한 품종이 좁은 해역에 고밀도로 양식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양식 구조가 해양 산소 부족 현상을 더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고밀도 양식장에서는 유기물 배출량이 많아져 바다 밑바닥에 슬러지가 쌓이고, 이는 분해 과정에서 산소를 과다 소비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어민들이 사용하는 사료, 폐기물, 부패된 생물 유기물 등은 해양 부영양화(영양염 과잉) 문제를 유발하고, 이는 녹조 및 해양 플랑크톤 과잉 번식 → 죽은 플랑크톤 분해 → 산소 고갈이라는 악순환 구조를 만든다. 특히 여름철에는 사료 섭취량이 많아지고 수질 순환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폐사한 생물이 재사용되는 '2차 오염원' 역할까지 하게 된다.

여기에 양식장 간격이 좁고, 양식 어가 간의 관리 협조체계가 미비해, 전체 해역의 수질 조절이 매우 어렵다.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일부 어가는 자체적으로 산소 공급기를 설치하지만, 이것이 인접 양식장으로의 효과적인 파급은 어렵고, 오히려 산소 공급기 주변만 생존 가능 구역이 되는 ‘편중된 회복’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해양 전체 회복력은 갈수록 저하되는 구조다.

 

대응 전략 – 기후 회복력 있는 지속가능한 양식과 해양 관리

이처럼 산소 부족과 양식 과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사후 복구보다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양식 밀도 조절과 해역별 수용한계 설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 해양환경에 맞춘 ‘적정 양식량’ 기준을 마련하고, 해역 내 총 양식면적을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양 자정 능력 회복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수질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확대가 필요하다. 해양 산소 농도, 염분, 수온, 유속 등을 사물인터넷(IoT) 기반 센서로 상시 관측하고, 이상 발생 시 즉각 경보 및 대응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빈산소 수괴 조기 감지 및 대응 매뉴얼 마련이 절실하다.

셋째, 해양 오염원 저감을 위해 양식장 사료 관리 지침, 친환경 부표 사용, 해저 슬러지 정기 제거, 양식 사체 처리 표준화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어민 교육 및 협동조합 중심의 해역 관리 체계 강화를 통해 자율적 환경보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바다는 ‘식량 창고’이자 ‘환경 지표’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남해군의 해양 산소 부족 문제는 단순한 지역 어업의 위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연안 해양정책 전체가 변화해야 함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어업과 해양 생태 회복을 위한 정책 전환이 지금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