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울진·포항 태풍 내습 증가 – 동해 연안 해수온 상승과 저기압 경로 변경 분석

twinklemoonnews 2025. 7. 16. 20:04

경상북도 동해안에 위치한 울진과 포항은 한반도에서 비교적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자주 들지 않았던 지역으로, 과거에는 남해안과 제주도, 전남 지역에 비해 태풍 재해 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태풍이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거나, 울진·포항을 직접 관통하는 사례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2023년 태풍 ‘카눈’은 울진 앞바다를 따라 북상하며 해일, 강풍, 집중호우를 동시에 동반했다. 이들 사례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기후변화에 따라 동해 해역의 해수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대기 흐름이 변형되며 태풍의 경로 자체가 달라진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제 울진·포항 지역은 더 이상 태풍 비켜가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울진·포항의 태풍 내습 사례와 변화 양상, 동해 연안 해수온 상승이 기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저기압 경로 변경의 기후역학적 원인, 향후 지역 방재와 기후적응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울진·포항 태풍 내습 증가 실태와 변화 양상

최근 5년간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경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2020년 이후 동해안을 향하는 태풍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울진과 포항 일대를 관통하거나 근접하는 경로를 보였다. 2022년 태풍 힌남노는 포항 동쪽에서 상륙하며 침수, 정전, 산사태 등 복합 재난을 발생시켰고, 사망자와 이재민 수가 역대급으로 기록되었다. 2023년 태풍 카눈은 경북 동해안에 근접한 뒤 내륙을 관통하면서 울진과 포항 모두에 집중호우를 쏟아부었으며, 항포구 침수, 도로 파손, 해일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

 

기후위기 태풍

 

예전에는 한반도 태풍이 주로 남부지방이나 제주도에서 서해 쪽으로 빠지는 경로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동해로 북상하거나 영남 동해안을 통과하는 경로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울진과 포항은 지형적으로 바다와 산지가 가깝고 하천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집중호우와 해일, 강풍이 동시에 영향을 줄 경우 복합피해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인구 밀집 지역이 항만 인근에 형성되어 있고, 포스코 등 대규모 산업시설과 원전, 어항 등 기반 시설이 집적된 도시 특성상, 태풍 내습이 단순한 자연재해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적 충격으로 확대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동해 해역 해수온 상승과 태풍 에너지 증폭

태풍은 해수면 온도 26.5도 이상일 때 형성되고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최근 동해 연안의 해수온이 이 기준을 상회하는 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2023년 8월 동해 남부 해역의 평균 해수온은 27.8도로, 이는 평년 대비 1.9도 높은 수치였다.

해수온이 상승하면 태풍은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하며, 이동 중에도 세력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특히 동해 해역은 수심이 깊고 수온 편차가 크지 않아, 상층 해수온만 높아져도 하층까지 열이 전달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태풍의 ‘재강화 구간’으로 작용하기 쉽다.

이러한 특성은 포항·울진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이 태풍의 세력을 약화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 지대’로 변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힌남노는 포항에 상륙하기 전까지 중심기압이 955 hPa를 유지하며 중형 이상의 세력을 끝까지 보존했고, 이로 인해 기록적인 강풍과 파도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해수온이 높을수록 대기 중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태풍이 몰고 오는 강수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울진과 포항이 최근 겪은 태풍 피해는 단순히 강풍만이 아니라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극단적 집중호우까지 동반한 복합 재난이었다는 점에서, 해수온 상승이 ‘태풍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저기압 경로 변경의 기후역학적 원인

최근 태풍 경로가 동해안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데에는 단순한 바람 방향 변화만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북서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 확대와 위치 변화다. 이 두 고기압이 과거보다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태풍이 한반도 동쪽을 향해 미끄러지듯 올라오는 경로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특히 라니냐, 엘니뇨 등 해양-대기 상호작용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서태평양의 해수온 변화가 아시아 중위도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치고, 한국 동해안 쪽이 저기압 통로로 자리 잡게 되는 기후 역학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의 약화와 파동성 증가 현상도 중요한 원인이다. 과거에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일정하게 흐르던 제트기류가 느려지고, 굽이치는 형태로 고정되면서 태풍의 북상 경로가 더 동쪽으로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울진·포항이 태풍의 직격 대상이 되는 빈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역학적 변화는 일시적이 아닌 중장기적 기후 트렌드로 볼 수 있으며, 울진·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전체가 향후 상시적인 태풍 위험 지역으로 재분류되어야 할 시점이다.

 

지역 방재 및 기후 적응을 위한 대응 전략

태풍 내습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울진·포항은 기존의 ‘일시적 대응’ 체계에서 벗어나 상시 대응형 방재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항만과 해안 지역에 대한 방파제 고도화, 침수예방시설, 조기경보 시스템 확대 구축이 시급하다. 기존의 정온수역 중심 방재설계가 극단적 기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설계 기준 자체를 기후 위기 기준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둘째, 태풍 진입 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도심 하천, 저지대 마을, 공장 밀집 지역 등에 대한 집중 점검 및 재배치가 요구된다. 포항의 경우, 공단과 주거지가 하천을 중심으로 인접해 있어 침수 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구조이므로, 홍수터 확보, 지하주차장 역류 방지 설비 보강 등 선제적 조치가 필수다.

셋째, 태풍 대비 재난정보 전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지자체-기상청-언론 간 실시간 예보 공유, SNS 문자 경보 확대, 마을단위 대피훈련 강화, 고령자 전용 대피 매뉴얼 제작 등을 통해 주민이 ‘먼저 알고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위기에 적응하기 위한 울진·포항의 방향은 단기 재난 대응을 넘어 중장기 기후회복력 도시로의 전환이다. 태풍을 단지 ‘올해 운 나쁜 기상 현상’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의 일상적 리스크로 인정하고 지역 구조 전반을 재설계하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