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광양만권 미세먼지 체류 시간 증가 – 해풍 약화와 산업입지 구조 분석

twinklemoonnews 2025. 7. 17. 08:10

전라남도 동부에 위치한 광양만권은 광양시, 여수시, 순천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중화학공업 집적지다. 특히 여수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는 국내 산업 생산의 핵심 축이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광양만 일대는 미세먼지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 또한 증가하며, 대기질 악화 문제가 지역 환경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바닷바람인 ‘해풍’이 낮 시간에 불어와 대기 오염물질을 바다 쪽으로 밀어내는 구조를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공기 순환이 잘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해풍이 약화되거나 지연되면서, 미세먼지가 지역 상공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여기에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복합 대기오염원이 겹치면서 체류성 고농도 미세먼지가 반복 발생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광양만권 미세먼지 체류 증가 실태, 해풍 약화의 기상 기후적 원인, 산업입지 구조와 오염 집중의 상관성, 장기적인 지역 대기질 개선 및 정책 제언을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

 

광양만권 미세먼지 체류 실태와 변화 양상

2023년과 2024년 겨울~초봄 사이, 광양만권에서는 미세먼지(PM10, PM2.5) 농도가 ‘나쁨’ 이상 수준을 기록한 날이 연평균 60일 이상에 이르렀으며, 그중 체류형 고농도 미세먼지가 3일 이상 지속된 사례도 15건 이상 보고되었다. 특히 광양읍, 여수 율촌면, 순천 해룡면 등 산업시설과 가까운 지역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시간 정체되는 현상이 자주 관측되었다.

광양만 대기오염 측정소의 데이터에 따르면, 바람이 거의 불지 않거나 약한 북서풍이 우세했던 날,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치에 도달하는 경향이 나타났고, 특히 해가 진 이후 해풍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서 밤 시간대 대기 정체가 심화되는 구조가 반복되었다.

과거에는 낮 동안 형성된 해풍이 산업단지 상공의 오염물질을 빠르게 외해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 해풍 발생 시각이 늦어지고 풍속이 약화되면서, 한낮에도 미세먼지가 상공에 쌓인 채 분산되지 않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오전부터 오후까지 지속 상승하며,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건강에 장기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해풍 약화의 기후적 원인과 대기 순환의 불안정성

해풍은 일반적으로 육지가 빠르게 가열되고 바다는 천천히 데워지는 기온차에 의해 발생하는 바람으로,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에 가장 강하게 형성된다. 이 바람은 광양만처럼 폐쇄적인 해만 구조를 갖는 지역에서는 지역 대기 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해풍의 세기와 도달 시점 모두 약화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기상청과 국립기상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광양만 지역의 해풍 발생 일수는 10년 전보다 15% 이상 감소했으며, 평균 풍속도 과거 2.5m/s에서 1.7m/s 이하로 약화되었다. 이는 기온 역전 현상과 함께 고기압 중심의 위치 변화, 상층 대기의 안정화 경향 등 대기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겨울~봄철에는 복사냉각과 기온층 분리로 인해 공기 혼합이 잘 이뤄지지 않아, 미세먼지가 해풍으로 밀려 나가지 못한 채 장시간 정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광양만은 주변을 산지로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바람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고 산에 부딪히며 순환되거나 머무는 폐쇄형 기류 구조를 보인다. 여기에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미세먼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상호 반응하면서 2차 생성 미세먼지까지 형성되면, 대기질은 더욱 악화된다.

 

기후위기 미세먼지

 

산업입지 구조와 복합 대기오염 발생 메커니즘

광양만권은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중화학 중심 산업시설이 고밀도로 밀집돼 있다. 이들 산업시설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플라스틱 가공 등 고온·고압을 수반하는 제조 공정에서 다량의 1차 및 2차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실제로 환경부가 공개한 2023년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여수산단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미세먼지 다량 배출지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산업시설이 해안선을 따라 좁은 구간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풍이 약해지는 순간 오염물질이 분산되지 않고 집중·누적되는 ‘산업 오염 포켓’ 구조를 만들게 된다. 또한 하루 중 작업강도가 높은 오전~정오 사이, 대기 안정화 상태가 유지되면 오염물질이 상층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지상에 고정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더불어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대형 선박 교통량 증가 역시 주요 변수다. 선박은 정박 중에도 벙커C유를 사용하는 발전기 가동으로 대기 중 미세먼지와 황산화물을 배출하며, 이들이 육상 산업오염물질과 결합해 복합 오염 현상을 일으킨다. 그 결과 광양만은 단순한 산업단지 문제가 아닌, ‘산단+항만+기상구조’가 얽힌 고위험 대기질 취약지대로 고착되고 있다.

 

지역 대기질 개선과 기후환경 대응 전략

광양만권의 대기질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풍 약화와 오염 집중을 동시에 고려한 통합 관리 전략이 필수적이다. 첫째, 산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축이 선결 과제다. 연료 전환, 배출 저감장치 설치, 2차 생성 오염 제어를 위한 사전물질 관리 강화 등 법적 기준을 상향하고 기업의 자발적 감축 계획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체계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대기 흐름을 회복시키는 도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바람길 확보, 공장 밀집 지역 내 공공녹지 조성, 열 차단형 지붕 도입, 항만 구역의 친환경 전력 전환(육상 전력 공급, OPS 설치)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도시 전체를 ‘미세먼지 저감형 바람 순환 도시’로 전환하려는 중장기 도시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셋째,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한 실시간 대기오염 경보 체계학교·노인시설 중심의 실내 공기질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대기질에 따라 수업시간 단축, 공공 이동 알림, 마스크 보급, 실내 공기 정화 지원 등이 제도화되어야 하며, 고농도 미세먼지 장기화 시 지자체 차원의 대기질 위기 대응 매뉴얼도 보완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광양만의 미세먼지 문제는 단지 지역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구조와 기후 시스템이 맞물려 있는 복합 환경 이슈다. 이 지역의 문제 해결은 국가 차원의 기후·환경 정책과 산업 전략의 방향 전환을 동반해야만 가능한 과제이며, 지역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적 장치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