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김천·상주 강수 편중 – 봄철 가뭄과 여름 집중호우의 반복 구조 분석

twinklemoonnews 2025. 7. 18. 06:15

경상북도 김천시와 상주시 일대는 예로부터 낙동강 중상류권의 중심 농업지역으로, 쌀과 과일을 비롯한 다양한 작물의 재배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이 지역은 봄철에는 지속적인 가뭄, 여름철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기후 양극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의 많고 적음 문제를 넘어서, 강수 시기의 극단적 편중과 그에 따른 수자원 관리의 어려움, 농업 기반 불안정, 생태계 리듬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천·상주는 대륙성 기후와 내륙 산지 지형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 복합기후 지역으로, 봄철에는 고기압 지배 아래 건조한 날씨가 길게 이어지고, 여름철 장마기와 태풍기에는 짧은 기간 동안 폭우가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 패턴이 자주 발생한다. 이러한 이상기후 패턴은 기후 위기에 따른 대기 흐름 변화, 수증기 이동 경로의 변경, 고기압 및 저기압 세력의 비정상화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글에서는 김천·상주 지역 강수 편중의 최근 통계와 피해 현황, 봄철 가뭄과 여름 집중호우의 발생 원인, 지역 농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자원 및 농업 관리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김천·상주의 강수 편중 실태와 피해 사례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김천과 상주 지역은 최근 5년간 4~5월 평균 강수량이 평년 대비 30~50% 수준으로 감소한 반면, 7~8월 집중호우 시기의 일강수량은 오히려 1.5배 이상 증가하는 극단적인 강수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봄에는 두 지역 모두 20일 연속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 상태가 유지되었고, 같은 해 7월에는 김천에 하루 162mm, 상주에 174mm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발생하며 산사태, 침수, 도로 유실 등 재해가 속출했다.

 

기후위기 도로유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이상기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연속적인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에도 4월~5월에는 밭작물 모종 정식이 지연될 정도로 강수 부족 상태가 지속되었고, 8월에는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상주시 일원에 1시간에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과수원 침수와 토사 유출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이처럼 봄철에는 관개용수 부족으로 농업이 마비되고, 여름철에는 단시간 내 비정상적으로 많은 비로 인해 시설물과 농지 피해가 반복되며, 지역 사회 전반에 걸쳐 기후 스트레스가 연쇄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봄 가뭄과 여름 집중호우의 기상 원인 분석

김천과 상주가 속한 경북 내륙 지역은 북태평양 고기압과 중국 내륙 고기압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봄철에는 기압계 간 경합으로 인해 강수 유입이 차단되고, 대기가 안정화되면서 건조한 날씨가 장기간 지속된다. 특히 최근에는 상층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봄철 고기압의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강우를 유도하는 저기압 통과 빈도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4월~5월은 태양 복사 에너지가 점차 강해지면서 증발산량은 증가하는데, 비는 오지 않아 토양 수분 함량이 빠르게 감소하며 작물 생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지표면은 갈라지고, 관개용 저수지는 마르며, 강의 수위도 낮아져 농업용수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여름철에는 완전히 다른 기후 패턴이 나타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빠르게 북상하고, 티베트 고기압이 동진하면서 한반도 중부와 남부에 장마전선이 정체한다. 이 장마전선은 남쪽 해역의 고온 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충돌하는 영역에서 집중호우를 유발하는데, 김천과 상주는 이러한 전선대의 중심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간당 50~100mm의 국지성 집중호우에 자주 노출된다.

더불어 최근 태풍 경로도 동쪽에서 내륙을 관통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김천·상주는 장마+태풍+열대 저기압성 집중호우의 삼중 피해를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가 수자원의 공간적·시간적 배분을 비정상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다.

 

농업과 생태계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강수 편중은 김천·상주 지역 농업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봄 가뭄은 모종 활착 저하, 파종 지연, 초기 생육 불량으로 이어지고,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내리는 집중호우는 침수, 낙과, 작물 조직 파열, 뿌리 부패를 유발한다. 특히 상주의 사과, 복숭아, 자두 재배 농가는 개화기 가뭄과 수확기 폭우의 이중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김천 지역의 벼농사도 예외가 아니다. 모내기 이전의 가뭄으로 이앙 시기가 늦춰지고, 늦게 심어진 벼가 생육이 한창일 때 폭우가 쏟아지면 병해충이 급증하고 도복 피해가 발생해 수확량과 품질 모두 저하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생태계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봄철 가뭄은 야생 초목과 습지 생물의 생존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름철의 집중호우는 하천의 유속과 유량을 급격하게 변화시켜 어류 산란지 파괴, 수서 생물 감소, 수질 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낙동강 중류 지류가 폭우 시 급격히 오염되면서 하류 수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결국 지역민의 식수 안전성과 연결되는 구조적인 위협이 된다.

 

기후 불균형 대응을 위한 수자원·농업 전략

김천·상주의 강수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뭄 대비와 홍수 대응을 동시에 고려한 수자원 관리 체계 구축이 가장 시급하다.

우선, 봄철 관개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소형 저수지, 양수장, 지하수 활용 시스템을 확대하고, 스마트 관개 기술 도입을 통해 적정 수분 관리가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농지 배수로 정비, 침수 예측 경보 시스템, 유실 방지용 작물재배 방법(고랑식 심기, 피복재 사용 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하천과 농지의 경계가 불분명한 지역에는 완충지대 조성 및 홍수터 확보 정책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농업 측면에서는 기후 적응형 품종 도입과 재배 달력 조정, 가뭄과 수해에 모두 강한 작물의 지역 실증 연구, 재해보험 제도 확대 및 보장 범위 강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단기 작물 위주의 대체 작부체계 개발이나, 수확 시기를 분산시키는 조생종·만생종 혼합 재배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의 강수 편중은 단순한 날씨가 아닌 기후 위기 시대의 구조적 현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김천·상주를 내륙 중부 기후변화 적응 시범 지역으로 지정하고, 장기적인 농업·환경·도시통합형 기후 회복력 정책을 수립해 지역이 스스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