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보성·해남 조류 대발생 – 고수온과 해양 영양염 농도 변화의 상관관계 분석

twinklemoonnews 2025. 7. 20. 16:47

전라남도 보성과 해남은 깨끗한 연안 환경을 기반으로 미역, 다시마, 전복, 김, 꼬막 등의 양식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해양 산업 중심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들 지역의 해역에서는 적조와 녹조를 포함한 조류(plankton) 대발생 현상이 반복되며, 어패류 폐사, 양식장 피해, 수질 오염, 관광 자원 감소 등의 심각한 해양환경 문제가 빈번하게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 고수온기에는 조류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증식하고, 이들이 죽으면서 용존산소(DO) 고갈, 해양 생물 질식, 부패로 인한 악취 문제까지 유발된다.

보성과 해남은 원래 완만한 해안선과 내만성 해역을 가진 ‘조용한 바다’였지만, 최근에는 기온 상승과 해수 온도 상승, 강우 패턴의 변화로 인해 해양 내 질소(N)·인(P) 등 영양염 농도의 이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조류의 급격한 번식을 유도하는 직접적인 환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 수온이 평년보다 1~2도만 올라가도 특정 조류 종이 급격히 번식하는 사례가 빈번히 보고된다.

이 글에서는 보성·해남 해역의 조류 대발생 실태와 피해 양상, 고수온과 해양 영양염 변화의 원인과 상관관계, 조류 대발생이 해양 생태계 및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 대응을 위한 과학 기반의 관리 전략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보성·해남 해역 조류 대발생 실태와 피해 현황

2023년과 2024년 여름철, 보성과 해남 해역에서는 각각 수차례에 걸쳐 대규모 조류 발생 경보가 발령되었으며, 특히 8월 초에는 적조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며 양식 전복과 조피볼락, 가리비 등 수산 생물의 폐사가 대규모로 발생했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해남 땅끝면 앞바다에서는 적조에 의해 어류 29만 마리 이상이 폐사했고, 피해 규모는 18억 원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보성 율포 해역에서도 조류 대발생으로 인해 김과 미역 양식장의 생장 속도가 느려지고, 이물질 부착이 심해 상품성 저하가 문제로 부각되었다. 뿐만 아니라, 죽은 조류가 해안가로 밀려오며 심한 악취를 유발하고 관광객 감소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러한 조류 대발생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조류주의보 발령 빈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경보 해역도 점점 북상·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적조가 발생하지 않던 보성 서남단이나 해남 북부 해역에서도 조류 대량 발생이 관측되며, 지속적이고 확산적인 기후-환경 변화가 이 현상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후위기 조류

 

고수온과 해양 영양염 변화의 상관관계 분석

조류 대발생의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고수온과 고영양염 환경의 동시 발생이다. 해양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보성과 해남 해역의 표층 해수온은 평균 27.5도 이상을 기록하며 평년 대비 약 1.8도 상승했고, 이는 조류 번식 최적 조건인 26~28도 구간에 해당한다. 수온이 상승하면 조류의 생리활성이 증가하고, 광합성 효율이 높아져 번식 속도와 세포 분열 속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한편, 강우 패턴의 변화도 조류 성장에 영향을 준다. 여름철 강우량이 증가하면 육상에서 유입되는 질소·인 등 비점오염원이 강물이나 하천을 통해 해양으로 흘러들어가며, 이들이 조류 성장의 ‘먹이’ 역할을 한다. 특히 보성과 해남은 농경지와 하천이 해역과 가까워 영양염의 직접 유입 경로가 짧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여름철 집중호우 이후 단기간에 조류 대량 증식이 일어나기 쉬운 지형적 조건을 갖는다.

또한 조류가 죽고 부패하는 과정에서 해수 중 산소가 소비되고, 그 결과 빈산소 수괴가 형성되면 저층 생물과 어패류는 질식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조류는 해양 생물의 먹이로서 기능하기보다는 ‘해양 독성 물질’로 전환되는 비정상적 생태 작용을 유도하게 된다.

 

조류 대발생이 해양 생태계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조류의 대량 증식은 단순한 해양 오염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과 인간 경제 활동에 동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차원적 재해다. 먼저, 수산업 분야에서는 어패류 폐사, 양식장 피해, 상품성 저하, 출하 지연 등의 경제적 손실이 반복된다. 조류는 해수 중 산소를 빠르게 소모하며, 야간에는 광합성이 중단되면서 DO 농도가 급격히 하락한다. 특히 전복, 가리비처럼 바닥에 정착해 사는 저서생물은 조류에 의한 산소 고갈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또한 김, 미역 등의 해조류는 조류 부착이나 햇빛 차단으로 인해 생장 속도가 줄어들고, 부패 조류가 표면에 달라붙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실제로 보성의 일부 김 양식 어가는 2023년 조류 피해로 전체 생산량의 30% 이상을 폐기하는 사태를 겪었다.

생태계 측면에서도 문제는 심각하다. 조류 중 일부는 독소를 분비하거나, 대량 번식 후 죽을 때 암모니아·황화수소 등 해로운 분해 가스를 발생시켜 다른 해양 생물의 생존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수중 가시성이 낮아지고, 빛 투과율이 감소하면서 해양 밑바닥 생물 군집도 변화하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수산자원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해양 생물 다양성을 저해하는 생태계 파괴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응을 위한 과학 기반의 관리 및 정책 전략

보성과 해남의 조류 대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방제보다 근본적인 환경관리와 기후 대응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해수온 및 영양염 농도 실시간 관측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 고정형 관측부이와 수중 센서를 통해 기온, 수온, DO, pH, 클로로필-a 등 조류 증식 조건을 실시간 감시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양식어가에 신속한 정보 전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유역단위 비점오염원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 하천, 농지, 공장 등에서 흘러드는 질소·인 농도를 줄이기 위해 농업 관개 방식 개선, 퇴비 저장소 밀폐화, 친환경 비료 사용 장려 등의 대책이 제도화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해양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근원을 차단하는 방식의 예방적 조치가 더 효과적이다.

셋째, 조류 자체에 대한 저감 기술과 친환경 방제 방법 개발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류 유전자를 분석해 번식 특성이 강한 종에 대해 특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거나, 미세기포 방류, 수면 교란, 생물학적 먹이망 조절을 활용한 생태 기반 방제 기술이 연구·적용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류 대발생은 단순한 해양 재난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산업 활동이 맞물려 발생한 복합 환경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보성과 해남은 국가 차원의 해양 기후 적응 시범 지역으로 지정되어, 지속가능한 양식업과 해양 생태계 보전이 공존할 수 있는 해역 관리 모델을 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