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동해안 너울성 파도 증가 – 고기압 약화와 해풍 불균형이 만든 연안 위험
최근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 동해안 연안에서는 사전 예보 없이 갑자기 밀려드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해안도로 파손, 방파제 침수, 낚시객 실종, 해수욕장 폐쇄 등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이후 여름철을 중심으로 너울성 파도 사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해양 안전사고의 새로운 유형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러한 파도는 겉보기에는 평온한 날씨에도 해안가를 덮치며, 기존의 파도 예보 시스템으로는 정확한 감지나 대응이 어려운 점이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도나 남해안을 중심으로 관측되던 너울성 파도가 이제는 강릉, 삼척, 울진, 포항 등 동해안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흐름의 변화와 해풍 순환의 불균형, 그리고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동해의 파랑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동해안 너울성 파도 발생 실태와 피해 양상, 대기 순환 변화에 따른 파랑 구조 변화, 연안 위험 증가가 해양활동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기후 적응형 연안관리 및 조기 경보체계 강화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동해안 너울성 파도 발생 실태와 피해 양상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강릉, 속초, 삼척, 울진, 포항 등지에서는 연평균 5건 이상의 너울성 파도에 의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3년 8월, 강릉 정동진 해수욕장 인근에서는 파고 1~1.5m의 평온한 해상 상황에서도 갑작스럽게 3m 이상의 파도가 밀려들어 야영객 3명이 휩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기상청과 해양수산부의 파도 예보에는 경고 수준이 없었기에, 지역 당국과 주민들은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동해안의 너울성 파도는 주로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초여름부터 태풍기 전후까지 자주 발생하며, 대기 불안정이나 남동쪽에서의 해상 저기압 활동과도 연계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파도가 먼바다에서 발생한 후, 수십 시간의 간격을 두고 해안에 도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바람·파고 관측 시스템만으로는 예측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또한 너울성 파도는 겉으로 보기에 잔잔한 해상에서도 갑작스럽게 밀려들기 때문에 해양 레저 활동자나 관광객, 낚시객 등에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동해안 너울 사고의 절반 이상은 ‘조용한 날’에 발생했으며, 사고 발생 시 구조가 늦어지는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대기 순환 변화에 따른 파랑 구조의 이상
너울성 파도의 증가는 단순한 해양 표면의 일시적 변화가 아니라, 대기권의 기압 구조 및 해풍-육풍 시스템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북서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거나 위치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 동해안은 정체된 저기압 영향권에 자주 들어가고, 해풍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로 인해 여름철 대기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동남쪽 해역에서 발생한 큰 파도가 해풍의 도움 없이 직접 동해안으로 도달할 수 있는 통로가 형성된다. 기존에는 해풍이 바다 쪽으로 불어오는 역할을 하면서 연안을 보호했지만, 해풍이 약해지거나 반대로 육풍이 강하게 불게 되면 파고가 축적되고 파장이 길어진 너울성 파도가 고스란히 해안에 상륙하게 된다.
기상청의 기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동해안 연안에서의 평균 해풍 발생 시간은 감소 추세를 보이며, 여름철 주간 해풍 지속시간이 1~2시간 줄어든 지역도 확인되었다. 이는 곧 해풍 완충 작용 약화와 연안 파랑 방어력 저하를 의미하며, 동해안이 너울성 파도에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안 위험 증가가 해양활동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너울성 파도는 단순한 물리적 피해를 넘어, 동해안 지역의 관광산업, 어업, 해양레저 활동, 재난안전 체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복합 재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해수욕장 운영 측면에서는, 안전 문제가 대두되면서 여름철 한창 성수기에도 해변 통제, 야영지 폐쇄, 수영 금지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관광객 유치에 큰 차질을 주며,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또한 너울은 방파제나 선착장 등 연안 인프라에도 물리적 손상을 입히며, 반복적인 침식과 구조물 피로 누적을 유발한다. 특히 너울은 파장의 길이가 길고 수압이 강해, 기존 방파제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포항·울진 등지에서는 너울성 파도로 인해 소형 선박이 뒤집히고 계류시설이 파손된 사례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해양레저 활동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서핑, 스노클링, 낚시 등의 활동 중 발생하는 사고가 늘면서, 보험 청구 건수 증가, 활동 자제, 관광객 감소 등 간접적인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연쇄적 영향을 고려할 때, 너울성 파도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변화가 초래한 구조적 연안 재해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기후 적응형 연안관리와 조기 경보체계의 필요성
너울성 파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상·해양 예보 체계를 넘어선 다중 예측 모델 기반의 조기경보 시스템이 시급하다. 현재는 주로 파고, 풍향, 풍속을 중심으로 한 단기 예보에 의존하고 있으나, 너울은 발생지와 도착지 간 시간차와 파장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경로 추적형 예측 알고리즘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연안 지역에는 실시간 파랑 센서, 수위 감지기, CCTV 기반 자동 알림 시스템 등을 확대 구축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게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인프라가 요구된다. 특히 낚시터, 야영장, 해변 인근 주차장 등 인명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는 지능형 경보장비 설치와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연안관리기본계획 내에 너울성 파도를 명시하고, 공공해변 운영지침에 파도 대응 매뉴얼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지자체 주도로 연안 위험지도를 작성하고, 너울 파도 취약 지역의 토지이용 및 시설물 입지 제한을 유도하는 법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동해안은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연안 재해의 최전선에 놓일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너울성 파도에 대한 대응은 단순한 해양 안전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맞서는 지역의 생존 전략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