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고성·양구 접경지역 산림 생물 종 이탈 – 북방계 생물의 남하와 서식지 재편

twinklemoonnews 2025. 7. 24. 07:38

강원도 고성군과 양구군은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비무장지대(DMZ) 인근 접경지역으로, 오랫동안 사람의 간섭이 적은 원시적인 산림 생태계가 유지되어 왔다. 이 지역은 한반도 생물 다양성 보존의 핵심지로 꼽히며, 특히 북방계 생물종과 고산성 식물, 멸종위기종의 주요 서식지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일대에서 기온 상승에 따른 생물종 분포 변화, 특히 북방계 생물의 남하 및 일부 종의 국지적 이탈 현상이 본격적으로 관측되고 있어 생태계 구조에 중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동안 국립생태원과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고성·양구 일대에서 시베리아 붉은청설모, 큰뿔가슴풍뎅이, 고산 박쥐류 등의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하고, 평균 해발 고도보다 200m 이상 아래에서 관측되던 남방계 곤충류와 식물 종이 북상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생물종의 이동이 아닌, 기후변화로 인해 생태계의 지리적 경계가 재편되고 있음을 뜻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고성·양구 접경 산림 지역의 생물 종 이탈 실태, 기후 시스템 변화가 서식지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생물종 이동이 생태계와 보전정책에 주는 충격, 접경지역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기후위기 산

고성·양구 지역의 생물 종 이탈 현황과 사례

최근 3년간 국립공원공단과 생물다양성 연구기관이 고성·양구 지역에서 수행한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평년 대비 연간 평균기온이 1.2도 이상 상승한 2021년 이후 고산 및 냉대기후성 생물종의 서식지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 해발 800m 이상의 산지에서 주로 관찰되던 고산성 이끼류, 털진달래, 큰뿔가슴풍뎅이 등이 점차 고도가 높은 일부 지역에 국한되거나 관측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시베리아 붉은 청설모, 북방산개구리, 설악산 고산 박쥐류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으며, 이들은 여름철 고온과 서식지 내 습도 저하, 먹이원 변화로 인해 북쪽 또는 고지대 방향으로 이동 중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반면, 원래 남부 산림에서 주로 관찰되던 남방계 나비류, 남도참나무, 도롱뇽 일부 아종 등이 점차 북상하여 양구·고성 해발 300~400m 지역에서 관측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종 이동은 단기적인 이상현상이 아닌,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 환경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기온 1도의 변화는 생물종의 평균 서식 고도를 150~200m 이상 상승시키는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성·양구 같은 접경 산림 지역은 이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생태 핫스폿이다.

 

기후 시스템 변화가 서식지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고성·양구 접경지역에서 나타나는 생물종 분포 변화는 기온 상승, 계절 주기 변화, 강수 패턴 변화 등의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최근 10년간 강원 북부 산악지대의 평균 기온은 0.3도/10년 단위 상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한반도 전체 평균 상승률보다도 높다. 고산지대의 평균 기온 상승은 특히 여름철 극심한 온열 스트레스와 건조화를 유발하며, 이는 냉량을 필요로 하는 생물종에게 생존 불가능한 환경으로 작용한다.

또한, 과거에 비해 겨울철이 짧아지고 봄이 빨라지는 현상은 동면기·산란기 등 생물의 생리 주기에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북방산개구리의 경우 산란 시기가 2주가량 빨라지며 부화 실패율이 증가하고, 이는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다. 이처럼 기온 상승은 직접적 생리 스트레스와 서식지 위축, 먹이망 붕괴 등 다방면의 영향을 동시다발적으로 주는 특성이 있다.

산림 내부의 미세기후 변화 또한 주요 원인이다. 그늘 면적이 줄고, 토양 수분이 감소하며, 숲 내 습도 유지력이 약화되면, 서식지의 질이 나빠지고 종 다양성이 감소하게 된다. 고성·양구 산림은 아직 인위적 개발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기후 변화만으로도 원시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생물종 이동이 생태계와 보전 정책에 주는 충격

북방계 생물종의 이탈과 남방계 생물종의 북상은 단순한 위치 이동이 아닌, 생태계 구조의 재편을 의미한다. 특히 고산 생태계는 종 다양성이 높고, 각 종의 생존 환경이 협소하게 제한돼 있어, 하나의 종이 이탈하면 먹이망과 경쟁 구조, 번식 전략이 모두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특정 종의 급속한 확장 또는 소멸이 반복되며 종간 균형이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북방계 곤충류가 줄어들면 해당 곤충을 먹이로 삼는 조류의 서식도 위협받고, 남방계 종이 들어오면 새로운 전염병 매개체가 확산될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최근 양구 지역에서 기존에 없던 남방계 진드기 종류가 출현하고 있으며, 이는 사람이나 가축에도 간접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보전정책 면에서도 새로운 과제가 발생한다. 기존 보호종 목록과 보호구역 설정은 과거 종 분포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서식지가 이동한 종에 대한 보호가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북방계 박쥐류가 더 이상 양구 내 기존 보호구역에 서식하지 않게 될 경우, 현행 보호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종의 이동성과 변화된 서식지에 대한 유연한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접경지역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대응 전략

고성·양구 접경 산림에서 일어나는 생물종 변화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붕괴의 초기 징후로 간주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시야에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생물 종 분포 변화에 대한 정밀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개체 수 조사가 아닌, 서식지 환경 변화, 생리 주기 변화, 고도 이동 패턴까지 통합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생태계 예보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의 고정형 보호구역 제도를 유연하게 전환해야 한다. 종이 이동함에 따라 동적으로 보호대상을 이동할 수 있는 ‘이동형 생태 보호 모델’이 적용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접경지역 전체를 통합하는 광역 생물다양성 관리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 남북 협력의 가능성도 고려해 DMZ 내 생물다양성 공동조사 및 자료 공유 체계 구축도 제안할 수 있다.

셋째, 기후변화 취약종에 대한 종 보전 연구와 인공증식 기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고산지대 특화 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필요시에는 다른 적합 서식지로 이식하거나 종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적극적 보전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성·양구는 단지 접경지역이 아니라, 기후 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생물 지표지대라는 점을 정책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생물종의 이탈과 이동은 기후변화가 더 이상 예측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현장 증거이며, 지금 이곳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훼손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