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대구 지하철역 열섬 구조 분석 – 지하 공간의 기온 비정상 상승 원인
대구광역시는 한여름이면 “대한민국의 사우나”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고온 도시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구는 여름철 평균기온, 폭염 일수, 열대야 일수 등 기후 고온 지표에서 매년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고온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상뿐 아니라 지하 공간에서조차 체감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특히 대구 지하철 1·2호선 주요 역사에서는 냉방이 가동되는 상태에서도 기온이 30도를 넘는 ‘지하 열섬’ 현상이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대중교통 이용객과 근무자들의 건강과 안전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지하 공간은 외부 기온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최근 대구의 사례는 예외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지적 기후변화, 열축적 구조, 환기 시스템의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대도시 지하 공간이 새로운 열섬 지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대구 지하철역 기온 상승 실태와 구조적 특성, 지하 열섬을 유발하는 기후적·도시적 요인, 이용자 건강과 에너지 운영에 미치는 영향, 지하 열섬 대응을 위한 설계·운영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대구 지하철역 기온 상승 실태와 구조적 특성
2023년 여름, 대구 지하철 1호선 반월당역과 중앙로역 내부에서는 실내 온도가 31.2도까지 상승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외부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한낮 시간대뿐 아니라, 오후 8시 이후에도 여전히 30도 안팎을 유지하는 등 지하공간의 열 저장 및 방출 지연 효과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냉방시설이 가동되는 중에도 실내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구조적인 환기 한계와 열 발생원의 밀집에 있다.
대구 지하철은 대부분 지하 2층에서 승강장과 대합실이 운영되고 있으며, 공간이 밀폐된 데다 전기모터, 조명, 냉방기기, 환기 팬 등의 열 발생 장비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어 있어 구조적으로 열이 축적되기 쉽다. 특히 전철이 정차할 때 발생하는 제동 열기, 객차 내 공기순환 시스템의 열 배출 등이 동시에 작용하며, 지하 공간 내부는 하루 평균 약 3~4도의 열 축적을 반복하게 된다.
또한 대구 지하철의 일부 역사들은 지상 광장과의 개방구가 적고, 출입구마다 통로가 긴 구조를 띠고 있어 자연 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승강장과 대합실 사이의 공기 흐름도 제한되어, 냉방기 작동 시에도 효과가 반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대구 지하철역 내부는 일종의 ‘열 가둠 상자’ 역할을 수행하며, 고온을 자체적으로 유지하는 열섬 공간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지하 열섬을 유발하는 기후적·도시적 요인
대구 지하 공간의 열섬 현상은 단순한 시설 노후화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기후 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첫째, 대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을 가지고 있어, 외부 공기의 흐름이 제한되고 대기 정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여름철에는 뜨거운 공기가 지표 부근에 고착되며, 밤까지도 열이 배출되지 않아 도시 전체의 기온이 유지된다. 이러한 기후 구조는 지하공간에도 영향을 미쳐, 온도 차이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는 열 체류 효과를 낳는다.
둘째, 대구 도심은 지상 콘크리트 포장률이 매우 높고 녹지율이 낮아, 열 반사와 흡수율이 극단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지상에서 발생한 복사열이 지하로 전도되거나, 출입구와 환기구를 통해 지하 공간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실제로 여름철 대구 지하철 입구 주변의 온도는 외부보다 2~3도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지상 열이 지하로 쏠리는 ‘열 전도 경로’를 만들어낸다.
셋째, 기후변화로 인해 지속적인 폭염일수가 늘어나고, 야간 열대야가 장기화되면서 지하 공간 역시 열을 해소할 수 있는 여유를 잃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구의 폭염일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평균 40일을 넘어서고 있으며, 야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날이 30일을 초과한 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 공간은 야간 냉각이 어려워 열이 누적되는 악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용자 건강과 에너지 운영에 미치는 영향
지하 열섬 현상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이용자의 건강과 도시 운영 효율성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먼저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고령자, 심혈관 질환자, 어린이 등 온열 민감 계층은 체온 조절이 어려워 열사병, 탈수, 심박수 급증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대구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화된 도시에서는, 지하철역이 실질적인 온열 취약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높은 기온은 냉방장치의 효율을 저하시켜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키고, 기기 고장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인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하철 냉방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은 2015년 대비 2023년 약 1.6배 증가했으며, 여름철 정비 작업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냉방비 증가와 유지보수 비용 상승은 지하철 운영 수지 악화로 직결되며, 결과적으로 시민 편익 저하와 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지하 공간이 쾌적하지 않으면 대중교통 이용을 기피하게 되어 승용차 이용률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도시 전체의 온도 상승과 미세먼지 증가를 유발하는 부정적 순환 고리를 만든다. 결국, 지하 열섬 문제는 도시 전체의 건강, 에너지, 환경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으며, 단순한 구조 개편을 넘어서 기후 적응적 도시계획의 일부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지하 열섬 대응을 위한 설계·운영 전략
대구 지하 열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 환기·냉방 설비 개선을 넘어서 구조적·기후적 요인을 반영한 복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환기 시스템의 자동화 및 지능화가 시급하다. 온도, 습도, CO₂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공조 시스템이 스스로 환기량과 냉방 출력을 조절하는 스마트 운영 체계를 도입하면, 에너지 절감과 쾌적도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지하철 역사 자체의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외부 공기 유입이 가능한 지상 개방형 출입구 설계, 자연 통풍구 증설, 지하 환기갱도 확대 등의 물리적 설계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대합실과 승강장 사이에 공기 흐름이 막히는 구간을 최소화하여 냉방 효율을 높이고, 열 정체 구간을 없애는 구조적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도심 열원 저감과 연결되는 지상과 지하의 통합 열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지하로 유입되는 복사열을 차단하기 위해 지상부에는 차열 포장, 식생 블록, 그늘막 등 녹지형 열차단 인프라를 확대하고, 주요 환기구에는 열 차단 필터 또는 스마트 온도 밸브를 설치해 유입 열을 줄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 인식 개선과 온열 취약계층 보호도 중요하다. 지하철역 내 온도 알림 시스템, 폭염 대응 행동요령 안내판, 냉방이 집중되는 공간 지정 및 표시 등으로 시민들의 체감온도 관리 역량을 높이고, 취약계층을 위한 냉방 집중 구역 및 전용 좌석 제공 같은 사회적 배려 장치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