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서귀포 도시 외곽 집중호우 증가 – 한라산 영향과 기후 비대칭성의 연결 구조

twinklemoonnews 2025. 7. 27. 08:24

제주도 남부에 위치한 서귀포시는 비교적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서귀포 외곽 지역에서는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국지성 집중호우 현상으로 인해 도로 침수, 주택 피해, 농경지 유실 등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러한 호우는 기존의 기상 예보와 다르게 한정된 지역에만 강하게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여름, 서귀포시 대정읍·남원읍·표선면 등 외곽 지역에서는 한 시간에 100mm를 넘는 극한 강우가 수차례 발생했으며, 이는 과거 30년 평균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자연 변동성이 아니라, 한라산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기류 왜곡,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불안정성의 국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서귀포 외곽 집중호우의 최근 발생 실태, 한라산의 지형적 요인이 만들어낸 강수 분포 왜곡, 국지성 집중호우가 지역 인프라와 농업에 미치는 영향, 기후 비대칭성에 대응하는 지역 맞춤형 적응 전략을 중심으로 서술하려고 한다.

 

서귀포 외곽 지역 집중호우 발생 실태

2022년 이후 서귀포시 외곽 지역에서 관측된 집중호우 사례는 빈도와 강도 모두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과 제주지방기상대의 관측에 따르면, 특히 여름철 장마기와 태풍 전후에 서귀포 남부 산간과 동부 해안 지역에 강한 비구름대가 정체되며 국지적 집중호우를 유발하고 있다. 2023년 7월에는 남원읍 일대에 시간당 102mm의 강수가 쏟아져 주택 32채가 침수되고, 하천 3곳이 범람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집중호우가 도시 중심보다는 외곽 지역에 편중되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심지인 서귀포 시청 일대는 상대적으로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지만, 한라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농촌 마을이나 저지대 주민들은 반복적으로 배수 문제와 침수 피해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 편차는 기존 도시 배수 계획과 인프라 설계가 실제 강수 분포와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과거에는 연간 강수량이 제주 전체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었지만, 최근 들어 특정 지역에만 폭우가 집중되고, 같은 날 인접 지역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기상 예측이 어려워지고, 주민들은 예고 없는 폭우로부터 스스로 대비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이게 되었다.

 

한라산 지형이 만드는 강수 비대칭성의 구조

한라산은 제주도 중앙에 위치한 고도 1,947m의 화산체로, 제주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산악 지형은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차단하거나 유도하는 역할을 하며, 강수 분포의 비대칭성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남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한라산을 넘는 과정에서 산남 지역의 기온 상승과 습도 집적이 동시에 일어나고, 이는 산 아래쪽, 즉 서귀포 외곽 지역에 비구름대를 형성하게 만든다.

이른바 ‘지형성 강수’는 제주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불안정성이 더해지면서 국지성 집중호우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라산 동사면에서 상승한 공기는 급격히 냉각되며 응결되는데, 이때 형성된 비구름은 한라산을 넘지 못하고 산 아래 지역에 정체된다. 결과적으로 강한 비가 좁은 지역에 장시간 머물며 집중호우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기 중 수증기 함량이 과거보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지형성 효과가 더욱 극대화된다. 2023년과 2024년 제주도의 여름철 평균 수증기 농도는 과거 30년 평균보다 15% 이상 높아졌으며, 이는 같은 비구름이라도 더 많은 비를 내릴 수 있게 만든다. 즉, 한라산이 만들어낸 강수 비대칭성은 기후변화로 증폭되고 있는 자연구조적 리스크로 해석된다.

 

기후위기 한라산

집중호우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서귀포 외곽의 국지성 집중호우는 주거지와 농경지에 복합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첫째, 주거지에서는 침수, 하수 역류, 도로 유실, 산사태 등의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배수 인프라가 취약한 저지대 마을이나 산간 마을에서는 기존 배수 시스템이 집중강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도로와 마당, 주택 내부까지 물이 차오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둘째, 농업 피해도 심각하다. 서귀포는 제주도의 주요 감귤 재배지이자 밭작물 중심 지역인데, 집중호우는 토양 침식, 비닐하우스 붕괴, 작물 뿌리 부패 등을 유발해 수확량과 품질에 큰 타격을 준다. 2023년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감귤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사례도 보고되었으며, 이는 단지 농작물 손실을 넘어 토양 유실과 재배 기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기상 예보와 실제 강수 간의 불일치도 문제가 된다. 국지성 집중호우는 레이더 관측과 위성 예보로도 완벽하게 탐지되기 어려우며, “예고 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기상청은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는 재난 대응 체계와 지역사회 간의 신뢰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후 비대칭성에 대응하는 지역 맞춤형 전략

서귀포 외곽 지역의 집중호우 문제는 기후 비대칭성의 대표적 사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초미세 기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존 기상청 관측망으로는 국지적인 비구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귀포시 단위로 관측소를 추가 설치하고, 이동식 레이더와 자동강우센서를 활용한 미세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배수 인프라의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 기존 배수관은 설계 기준상 시간당 50~60mm 수준의 강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현재는 시간당 100mm 이상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관거 지름 확대, 우수저류시설 확충, 지하 배수터널 도입 등 구조적 보강이 필요하며, 이를 우선순위에 따라 외곽 지역부터 적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농업 측면에서는 기후적응형 농업 기반 시설과 품종 개량이 병행되어야 한다. 침수에 강한 작물로의 전환, 배수로 정비, 하우스 내 자동 배수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국비 지원 확대와 기술보급 사업 연계가 절실하다. 지역 농가들이 단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행정 주도의 종합대책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기후교육과 시민참여도 중요하다. 주민들이 국지성 기상 변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행동 매뉴얼 보급, 기상 정보 앱 활용 교육, 마을 단위 기상 알림망 구축 등을 통해 ‘기후정보의 지역화’를 실현해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에 지역별 기상 리스크에 맞춘 적응 전략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응 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