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삼척·동해 해역 불법어업 증가 – 해양 수온 상승과 어종 북상으로 인한 조업 충돌
최근 강원도 삼척과 동해 해역에서 불법 어업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순한 단속 부실이나 어업 질서 훼손 이상의 문제가 있다. 바로, 기후 위기로 인한 해양 수온 상승과 그에 따른 어종의 북상 현상, 그리고 어장 변화가 원인이다. 특히 동해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역으로, 과거에는 오징어, 명태, 대구 등 냉수성 어종의 주요 서식지였지만, 최근에는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온난성 어종이 유입되고 있으며 기존 어종의 분포에도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어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남쪽 지역 어선들이 북상해 삼척·동해 해역에서 무단 조업을 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결과적으로 기존 어민들과 외지 어선 간의 충돌, 불법 어획, 자원 고갈, 지속 불가능한 어업 구조라는 다층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동해 해역에 어떤 생태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어업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책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 위기로 인한 해양 수온 상승과 어종 북상 현상
동해 해역의 해양 수온은 과거 30년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삼척·동해 연안의 평균 수온은 1990년대 초반 대비 약 1.5도 이상 상승했으며, 여름철에는 표층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치솟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는 기후 위기로 인한 지구 해양 온도 상승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류 기반 어종이 자취를 감추고 아열대성 어종의 출현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동해에서 잡히던 오징어, 대구, 명태 등의 어획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대신 남쪽 해역에서 서식하던 갈치, 전갱이, 쥐치 등이 점점 더 북상하고 있다. 이는 어민들에게 새로운 기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어장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 어업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 위기로 인해 생태계 구조 자체가 교란되면서, 전통적인 조업 방식과 장비, 어장 정보는 빠르게 무력화되고 있다.
또한, 어종의 서식 범위 변화는 어획 경쟁 심화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지역 어민들이 해당 어장을 중심으로 조업을 했지만, 이제는 타 지역 어선들이 북상하여 기존 어민들의 영역을 침해하고, 이에 따른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한 불법 조업과 어업 질서의 붕괴
기후 위기와 해수온 상승이 불러온 또 다른 문제는 불법 조업의 증가다. 삼척·동해 해역에는 최근 타 지역 어선들이 조업 허가 구역을 위반하고 무단으로 조업에 나서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제주·남해 지역 어선들이 동해 북부로 이동해 어획을 시도하면서 기존 어민들과의 충돌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불법 조업은 단속을 피해 야간이나 새벽에 이뤄지며, 조업 허가를 받지 않은 장비 사용, 어획량 제한 위반, 산란기 어획 금지 규정 위반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후 위기로 인한 어장 변화가 일으킨 구조적인 문제이지만, 현재의 법적·행정적 조치는 여전히 ‘불법 행위 단속’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어민들 사이의 경계심과 지역 간 불신이 깊어지며, 어업 협력 체계가 붕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동해 지역 어민들은 “자신들이 지켜온 어장이 남쪽 어선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조업 중 물리적 충돌, 장비 파손, 법적 분쟁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지역사회 전반의 생계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고, 어업 산업 자체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게 된다.
기후 위기 속 어업 생태계 파괴와 자원 고갈 우려
기후 위기로 인한 어장 변화와 불법 조업은 해양 생태계의 균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종이 바뀌는 과정에서 특정 생태적 역할을 하던 종들이 감소하면, 전체 해양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명태와 대구처럼 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던 어종이 사라지면, 하위 어종이 과밀화되며 생태계의 피라미드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
또한, 집중적인 남획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획 쿼터 제도나 자원 보호 기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해당 해역의 어족자원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할 위험이 크다. 현재 삼척·동해 해역은 기후 변화로 인한 어종 재편성과 무분별한 어획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중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산란기 불법 어획은 어종의 생식 주기를 파괴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산자원의 전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어민들은 더 이상 조업이 불가능해지고, 지역 수산업은 붕괴된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해수온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 기반과 식량 공급 체계 전체를 흔드는 문제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 대응형 수산 정책과 어업 협력 구조의 재정비 필요
현재의 불법 어업 대응 방식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기후 위기 시대에 맞는 어업 관리 정책과 해양 자원 보존 체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기후 변화에 따라 어종 분포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유연한 어획 규제와 협약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기존 어획 구역이나 자원 관리 기준이 기후변화를 반영하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현실과 괴리된다.
둘째, 지역 간 어민 간 협력 구조를 복원하고, 조업 공동체 간 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위기로 인해 어장이 중첩되거나 새롭게 형성되는 경우, 지역별 공동 조업 구역 지정이나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충돌을 줄이는 방식이 필요하다.
셋째, 과학 기반의 수온·어종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어민들에게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선제적으로 어장 이동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불법 조업을 예방하고, 자원 남획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양 생태계 회복력을 고려한 자원 보호구역 확대, 산란기 조업 제한 강화, 어획량 총량제 확대 등의 정책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그래야만 삼척과 동해 해역이 기후 위기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수산업을 유지할 수 있다.
삼척·동해 해역의 불법 어업 증가는 단순한 어업 질서 문제를 넘어선 기후 위기의 명백한 결과다. 해수온 상승, 어종 북상, 어장 중첩, 조업 충돌은 모두 하나의 연쇄적인 변화 구조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해양 자원 고갈과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후 위기 현실을 반영한 어업 질서 재편이며, 이는 지역 어민, 정부, 과학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해 이뤄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