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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울산 폭염일수 40일 돌파: 산업도시의 취약성과 대응 전략

twinklemoonnews 2025. 7. 1. 21:55

2024년 여름, 울산시는 폭염일수 40일을 돌파하며 역대 최장의 무더위 기록을 세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6월부터 8월까지 울산에서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42일에 달했으며, 7월 한 달간은 열대야 현상이 23일 연속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더위를 넘어 도시 기능과 시민 건강, 산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기상 재난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후위기

 

울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 등이 밀집해 있는 구조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산업 중심 구조가 폭염에 대한 도시의 취약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대형 공장지대, 포장 면적 확대, 녹지 부족, 고온에 취약한 인프라 등이 복합 작용하며 울산을 ‘폭염에 가장 취약한 도시 중 하나’로 만든다. 이 글에서는 2024년 울산의 폭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산업도시 특유의 구조적 취약성을 짚어본 뒤, 앞으로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한지 정책적 방향까지 함께 제시하겠다.

 

2024년 울산의 폭염 실태와 생활 피해

2024년 여름 울산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긴 폭염 지속 기간을 기록했다. 특히 7월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8.5도까지 치솟았으며, 도심 체감온도는 42도를 넘겼다. 이로 인해 울산대학교병원, 동강병원 등 주요 의료기관 응급실에는 열사병·탈수 증상 환자가 급증했고, 시민생활 전반에 걸쳐 피해가 발생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소와 자동차 부품 공장 등에서는 일부 작업라인이 한낮에 40도를 넘기며 작업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3교대 근무의 탄력적 조정이 불가피했다. 특히 금속 가공이나 도장 작업을 하는 밀폐형 공장에서는 냉방장치가 없거나 열을 배출할 수 없는 구조로 인해 근로자의 건강권이 위협받았다. 일부 중소기업은 “생산성보다 인명 안전이 우선”이라며 아예 근무시간을 오전·야간으로 나누는 조치를 취했다.

주거지역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울산 북구와 동구의 노후 주택 밀집지역은 단열 구조가 약해 실내 온도가 외부보다 더 높았고, 이로 인해 고령자들이 열탈진 증세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속출했다. 정부가 긴급히 냉방기 지원 예산을 편성했지만, 단발성 지원으로는 폭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산업도시 울산의 구조적 폭염 취약성

울산은 지리적·산업적 특성상 폭염에 매우 취약한 도시 구조를 갖고 있다. 우선, 울산은 산과 바다가 가까운 지형이지만, 산업단지 대부분은 해안가 매립지나 평지에 조성되어 있어 열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다. 즉, 복사열이 도심과 공업지대에 갇히는 '열섬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산업단지에서는 대형 설비에서 배출되는 잔열과 매연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며, 이들 공장의 냉각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증기와 수증기도 대기 정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분석에 따르면, 울산 공단 지역의 지표면 온도는 같은 시기 주변 농촌 지역보다 평균 3.8도 높았다.

도시 인프라 측면에서도 도로 포장률이 80% 이상, 공공녹지 비율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열을 저장하고 야간에도 방출함에 따라 야간 열대야 현상이 강화되고, 이는 에어컨 사용 증가, 전력 피크 현상으로 이어진다. 울산은 발전소와 송전 설비가 밀집해 있는 도시임에도, 지역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으로 일시적 전력 수급 위기까지 겪었다. 즉, 산업 인프라 중심의 도시 설계가 오히려 폭염의 피해를 증폭시키는 구조다.

 

폭염이 노동과 산업 생산성에 미치는 직접 영향

울산의 폭염은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산성 저하와 노동력 손실이라는 직접적인 경제적 충격을 동반한다. 2024년 여름 한 달 동안 울산지역 제조업체 중 35% 이상이 “폭염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응답했으며, 일부 업체는 평균 7~10%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현장 노동자의 피로도 증가와 열 관련 질병 발생률이 상승하면서, 근무 시간 단축, 교대근무 유연화, 고온 시간대 작업 금지 등이 도입되었고, 이는 공정 운영 효율성에 직결된 손실로 이어졌다. 자동차 조립라인에서는 부품 표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작업자의 안전장갑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불량률도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등 다양한 파급효과가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울산항을 통해 이뤄지는 물류와 수출입에도 영향이 있었다. 야적장에서 보관 중인 화학제품이나 플라스틱 원료의 변질 우려로 인해 출고가 지연되거나, 냉장 물류 트럭의 운행 시간 조정으로 인해 수송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기후 문제가 산업 전반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구조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산업도시형 폭염 대응 전략과 울산의 과제

울산은 지금까지의 산업도시 전략에서 벗어나, ‘기후 위기 대응형 도시계획’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업단지 내 열 회수 및 차열 기술 도입 확대다. 고열 설비가 많은 공정에는 복사열 차단 패널, 고반사 코팅, 수증기 차단 필터를 적용하고, 실외 근무 공간에는 냉방 쉼터, 수분 공급소, 실시간 체감온도 안내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또한, 도시 전반에는 도심 그린인프라 확대, 예컨대 공장지대 옥상녹화, 차열 보도블럭, 바람길 조성 등이 병행돼야 한다. 울산시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스마트그린산단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이는 전 지역 확산과 법제도 연계를 통해 본격화되어야 실효성을 갖는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도 시급하다. 폭염 경보 시 공장 근무 시간 조정, 폭염수당 지급, 냉방장비 지원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 등이 필요하며, 특히 중소기업 대상 에너지 효율 설비 지원 사업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울산은 단순한 산업 생산의 도시에서, ‘기후 탄력성(climate resilience)’을 갖춘 산업 지속 가능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