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정읍과 부안은 대표적인 축산업 지역으로, 한우·돼지·가금류 등 다양한 축종의 밀집 사육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농업과 축산업이 조화를 이루며 지역 경제를 지탱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축산단지 주변의 악취 민원이 급증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악취 강도가 이전보다 더욱 심해지고, 확산 범위도 넓어지면서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기존에도 축산단지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일정 수준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고온 다습한 기후 조건 속에서 유해가스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생성되고, 공기 중 농도가 상승하며 악취 강도가 몇 배로 증폭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라 축산업이 새로운 환경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기온 상승은 축분(가축 분뇨)의 부패 속도를 가속화하고, 이로 인해 암모니아, 황화수소,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의 유해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든다.
이 글에서는 정읍·부안 축산단지의 악취 증가 실태, 고온 다습한 기후가 악취 유발물질을 증폭시키는 원리, 주민 건강과 지역사회의 갈등 상황, 축산업의 기후 적응형 악취 저감 전략을 중심으로 분석하려고 한다.
정읍·부안 축산단지 악취 증가 실태
2022년 이후 전북 정읍과 부안 지역의 축산단지 주변에서는 악취 민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민원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읍시 악취관리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악취 관련 민원은 2,700건에 달하며, 이는 2020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수치다. 부안군에서도 유사한 증가세가 관측되었으며, 대부분의 민원은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대한 항의였다.
이 지역의 축산단지는 사육 규모가 크고, 단지 형태로 조성된 경우가 많아 악취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읍 산내면, 부안 보안면 등의 축산밀집지역에서는 인근 마을까지 악취가 퍼지는 일이 일상화되었고, 고온기에는 그 범위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사례도 보고되었다. 주민들은 아침 창문을 열 수 없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할 정도로 악취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가치 하락과 이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현장 조사에서는 축분 저장조나 퇴비장의 덮개 미설치, 환기시설 미흡, 액비 살포 시기 집중 등 관리의 불균형도 악취 확산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며,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과 상대습도 증가가 악취 농도와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고온 다습한 기후가 악취 유발물질을 증폭시키는 원리
축산 악취의 주요 원인은 가축의 분뇨와 사료 잔여물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암모니아(NH₃), 황화수소(H₂S), 메틸메르캅탄, 휘발성 지방산, VOCs 등의 화학물질이다. 이들 물질은 일반적인 온도 조건에서도 일정 수준 생성되지만, 기온이 높아지면 분해 및 발효 속도가 빨라지며 그 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정읍과 부안은 여름철 평균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상승하고, 상대습도는 80% 이상을 유지하는 날이 많다. 이러한 조건은 혐기성 분해 작용을 활성화시켜, 분뇨 더미 내 미생물들이 빠르게 유기물을 분해하고, 이 과정에서 고농도의 유해가스를 단시간에 방출한다. 특히 기온이 5도만 상승해도 암모니아 배출량은 최대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풍속이 낮고, 기층 역전 현상으로 인해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정체되기 쉽다. 이때 생성된 유해가스는 대기 중에 확산되지 못하고, 지면 근처에 머물면서 주민이 직접적으로 냄새를 체감하게 된다. 게다가 높은 습도는 냄새 분자의 퍼짐을 도와 악취를 더욱 강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악취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두통, 구토, 눈과 목 자극, 만성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고농도 노출 시에는 신경계와 호흡계 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결국 기후 위기와 축산환경이 결합되면서, 악취는 더 이상 사소한 불편이 아닌 기후변화가 유발한 건강·환경 위협 요소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주민 건강과 지역 사회의 갈등 상황
정읍·부안 축산단지 주변 주민들은 악취로 인한 생활 불편을 넘어, 건강 악화와 지역 사회 분열 문제까지 겪고 있다. 먼저, 만성적인 악취 노출은 호흡기 질환, 수면 장애, 스트레스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 임산부 등 취약계층은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천식 발작, 알레르기 반응, 두통 지속 등과 같은 증상을 호소하고 있으며, 병원에서도 악취와의 상관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와 주민 사이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들은 “악취가 갑자기 심해진 것은 자신들의 관리 때문이 아니라 기후 문제도 크다”라고 주장하며, 일방적인 비난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기온이 높아질수록 악취가 심해진다는 걸 알면서도 대비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묻고 있다. 행정 당국 역시 중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악취 측정 기준이나 대응 절차의 한계로 인해 민원 해결의 실효성이 낮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축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악취 문제는 단순 민원 사안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기후환경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축산업의 기후 적응형 악취 저감 전략
정읍·부안 지역의 축산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통합 악취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첫째, 축사 구조 개선이 핵심이다. 개방형 축사보다는 밀폐형 축사와 국소 환기 시스템을 도입하여 악취가 외부로 직접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하며, 여름철에는 열 차단 소재를 활용한 단열·냉방 설계도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가축 분뇨의 처리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온기에는 부패 속도가 빠른 액비보다는, 혐기성 소화 방식이나 열건조 시스템을 활용한 안정적 처리 방식이 효과적이다. 특히 바이오가스화, 냄새 차단 커버 적용, 유기물 탈취 처리 등 기술 기반의 처리 시스템이 도입되면 기온 상승에 따른 악취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기온, 습도, 바람 방향, 악취 물질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기상 조건에 따른 악취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액비 살포 제한 시간대, 냄새 확산 차단 조치 등을 운영하는 스마트 악취 대응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공동 대응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축산농가, 주민, 지자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악취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시간 소통 창구와 갈등 조정 메커니즘을 마련해 사회적 수용성과 신뢰를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축산업이 기후 위기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제 환경친화적이고 건강을 지키는 산업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서귀포 도시 외곽 집중호우 증가 – 한라산 영향과 기후 비대칭성의 연결 구조 (0) | 2025.07.27 |
---|---|
[기후 위기]대구 지하철역 열섬 구조 분석 – 지하 공간의 기온 비정상 상승 원인 (0) | 2025.07.25 |
[기후 위기]고성·양구 접경지역 산림 생물 종 이탈 – 북방계 생물의 남하와 서식지 재편 (0) | 2025.07.24 |
[기후 위기]강화도 갯벌의 염도 변화 – 해수면 상승과 갯벌 생태계 붕괴의 초기 징후 (0) | 2025.07.23 |
[기후 위기]동해안 너울성 파도 증가 – 고기압 약화와 해풍 불균형이 만든 연안 위험 (0) | 2025.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