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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김천·상주 고온·건조 조합 증가 – 농업용수 부족과 토양 산성화 심화 사례

경상북도 김천과 상주는 대표적인 내륙 농업지대로, 복숭아·자두·포도 등의 과수 재배와 벼농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은 낙동강 수계와 연계된 저수지와 농업용수관리를 통해 오랜 기간 안정적인 물 공급 체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여름철 고온과 강수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기후 현상’이 반복되며, 농업용수 부족과 함께 토양 산성화 현상까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여름, 김천·상주 지역은 연속된 폭염과 낮은 강수량으로 인해 땅이 말라붙고, 토양의 염기성 성분이 빠르게 소실되며 산성도가 상승하는 이상 현상을 겪었다. 이는 단순히 더위와 가뭄이 반복되는 문제가 아니라, 농업환경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 함량 증가 → 증발량 증가 → 토양수분 고갈 → 염기 이탈 → 산성화라는 과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이 글에서는 김천·상주의 고온·건조 조합 실태와 강도 증가, 농업용수 확보의 구조적 한계, 토양 산성화의 생리적·화학적 진행 과정, 이를 해결하기 위한 농업적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김천·상주 고온·건조 조합의 기후 실태

2024년 여름, 김천과 상주의 일 최고기온은 연일 35도를 넘어섰고, 폭염특보가 발효된 날만 7~8월 두 달 동안 21일 이상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강수량은 김천이 76mm, 상주가 82mm에 그쳐 평년의 절반 이하 수준을 기록했으며, 짧고 강한 스콜성 소나기 외에는 실질적인 물 보충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과 건조가 동시에 나타나는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표면 온도는 40도 가까이까지 상승, 농경지의 수분 증발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내륙 분지형 지형인 김천·상주는 해풍 등의 냉각 요소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고온에 노출된 시간도 길고,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 농작물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준다.

이러한 고온·건조 복합현상은 단순한 여름철 불편을 넘어 농작물의 생리 작용을 방해하고, 수확량을 줄이며, 장기적으로 토양의 구조까지 변화시키는 문제로 작용한다. 즉, 이 지역은 이제 단순한 폭염 대응을 넘어 기후 위기형 농업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농업용수 부족과 농가의 생존 불안정성

고온과 건조가 동시에 나타나면 농업용수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2024년 기준, 김천·상주 지역의 주요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5% 이하로 하락했으며, 특히 7월 중순부터는 상습적 단수, 급수 순번제가 실시됐다. 농가들은 직접 물을 퍼다 나르거나, 비용을 지불해 급수 차량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관개용수 공급이 하루 2시간 미만으로 제한되는 지역도 등장했다.

문제는 이 지역의 농업 생산 방식이 물 사용량이 많은 고수분 작물과 과수 중심이라는 점이다. 복숭아, 포도, 자두 등은 고온기 과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 수분 공급이 필수인데, 관개가 지연되면 열과, 낙과, 당도 저하, 생리장해 증가로 직결된다. 또한 논농사에서는 이삭패기 전 물 부족이 발생해 수확량이 줄어드는 현상도 잦아졌다.

농가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도 심각하다. 갑작스런 용수 중단, 수확기 작물 상태 불량, 생산비 증가 등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소농 중심의 가족농에는 생존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며 ‘기후불안정성’을 감내할 수 없다고 느낀 농가들이 농업을 포기하거나 휴경지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건조한땅

 

고온·건조가 만든 토양 산성화의 진행 메커니즘

지속적인 고온과 건조 현상은 단순히 지표의 물 부족을 넘어 토양의 화학적 균형을 파괴하는 영향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바로 토양 산성화다. 강우량이 부족해도 대기 중 습도가 높은 날에는 증발산 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데, 이때 토양 내 염기성 양이온(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이 빠르게 이탈한다.

이러한 염기 이탈은 토양 내 수소이온(H⁺)의 상대적 증가를 초래하며, pH가 급격히 낮아지는 산성화로 이어진다. 특히 김천·상주 지역은 석회암 기반이 아닌 화강암 기반 토양이 많아 완충 능력이 낮기 때문에, 산성화 진행 속도가 더 빠르고 광범위하다.

산성화된 토양은 식물 뿌리의 양분 흡수를 방해하고, 알루미늄·망간 등 독성 이온의 용출을 촉진하며, 이는 곧바로 작물의 생육 저하와 뿌리 조직 손상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4년 여름, 상주 일부 복숭아밭에서는 잎 끝이 마르고, 열매 발육이 멈추는 산성 스트레스 증상이 확산되었고, 토양 pH를 측정한 결과 5.0 이하로 떨어진 밭도 확인되었다.

장기적으로 토양 산성화는 미생물 다양성 감소, 유기물 분해 저하, 토양 구조 붕괴 등 악순환을 불러오기 때문에, 한 번 산성화 된 토양을 원상 복구하는 데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처럼 기후 위기와 연결된 토양 화학 구조의 변화는 농업기반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키는 핵심 변수다.

 

기후적응형 농업전략과 토양 회복 대책

김천·상주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급수 대책을 넘어, 토양·물·작물까지 통합 관리하는 농업 전략 전환이 시급하다.

첫째, 농업용수 확보 측면에서는 소규모 저수지 간 연계, 지하수 보완 공급 체계 구축, 비점오염 저감형 물 저장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소규모 농가도 최소한의 자가 급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둘째, 토양 산성화에 대응하기 위해 맞춤형 토양검정 서비스 확대와 토양개량제 보급이 필수다. 석회, 유기물, 바이오차 등의 투입을 통해 산성도를 완충하고, 작물별 적정 pH 유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농민 대상 교육과 컨설팅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반복 재배지나 대규모 과수원은 집중 토양 개량 대상으로 우선 지정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작물 선택과 재배기법 전환도 중요하다. 가뭄과 고온에 강한 품종 도입, 생리적 내건성이 높은 뿌리내림 작물 전환, 멀칭(피복재) 활용, 스마트 관개(점적 관수) 기술 도입을 통해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생육 예측 시스템을 활용해 급수 시기와 시비량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김천·상주는 경북 내륙 농업의 중심지이자 기후 위기 대응 농업 전환의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기후레질리언스를 높인 농업모델이 성공한다면, 이는 전국 내륙 농업지역에 기후적응형 재배 시스템 확산의 기초 모델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