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내륙 지역에 위치한 안동과 문경은 대표적인 다목적댐 보유 지역이자, 중부권 수자원 확보의 거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들 지역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해 상수도, 농업용수, 하천유지수 등을 관리하는 중심축으로 기능해 왔으며, 특히 안동댐과 임하댐은 중남부권 수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가을철 강수량의 극단적 감소와 함께 수문학적 이상현상이 반복되면서 안동·문경 지역은 ‘가을 가뭄의 상습화’라는 새로운 기후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2022년, 2023년에 이어 2024년 가을에도 이 지역의 9에서 11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40~60% 수준에 그쳤고, 주요 댐의 저수율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강우 부족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 패턴의 계절적 재편과 대기 순환의 불안정성, 댐 운영방식의 고정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가을철에 물을 모으지 못하면 겨울철~봄철 가뭄 대응력도 약화되며, 농업, 생태, 생활용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리스크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안동·문경 지역의 가을철 가뭄 실태와 기후 패턴 변화, 수자원 확보 지연의 원인, 댐 운영 불안정성과 정책 한계, 기후 위기 대응형 수자원 관리 전략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안동·문경의 가을 가뭄 실태와 이상기후 패턴
2024년 9~11월, 안동의 누적 강수량은 약 95mm, 문경은 약 102mm로, 평년 강수량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은 강수일수가 단 2일에 불과했고, 3일 이상 지속된 비는 한 번도 없었다. 이러한 건조한 기후 조건은 하천 수위 저하, 농업용수 부족, 댐 저수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일시적 건조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대기 흐름의 구조적 변화로 인한 것이다. 특히 한반도는 최근 북태평양 고기압과 시베리아 고기압의 경계가 애매해지며, 가을철 대기 흐름이 정체되고, 강수 유입이 차단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가을에 비가 내리지 않고, 고온과 건조가 장기화되는 ‘가을 가뭄 구조’로 이어지고 있으며, 안동·문경처럼 내륙 고지대에 위치한 지역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댐 유입수량이 가을철에 거의 확보되지 못하고, 겨울철 강수량마저 감소하게 되면 댐 전체 수문계획이 흔들리는 리스크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자원 확보 지연과 농업·생활권 영향
가을철 강수 부족은 댐과 저수지 등 수자원 저장 시설의 충수(채우기) 일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안동댐의 경우, 통상적으로 9~11월 사이 유입수를 통해 저수율을 회복해야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연말에도 저수율이 40% 미만에 머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024년 11월 기준 안동댐의 저수율은 38.5%로, 지난 10년 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농업용수 계획이 흔들리고 있다. 가을철은 다음 해 영농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자, 하우스용 관개 시스템, 논둑 정비, 저수조 배수 계획 등을 수립하는 주요 시기인데, 물 부족은 이 모든 계획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 특히 문경에서는 사과와 배 등 과수 작물의 후기 관수와 저장 수분 관리가 어려워져 품질 저하로 이어졌고, 일부 지역은 관개를 포기하거나 급수 순번제를 실시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생활용수도 영향을 받는다. 농촌 지역은 도시보다 급수망이 단순하고, 상수도 보급률이 낮아 지하수, 소규모 저수지, 마을 급수탑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가을 가뭄이 반복되면 이러한 소규모 급수원 고갈로 인해 비상급수 차량 출동이 증가하며, 물 부족이 주민 생활 전반에 실질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된다.
다목적댐 운영의 불안정성과 정책적 한계
가을철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다목적댐의 운영 방식이 변화하는 기후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댐은 과거 평균 강수량과 유입수 기반의 정량 계획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한 시점에 맞춰 물을 방류하거나 담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기후는 강수량 자체가 부족하거나, 집중되는 시기와 강도가 매우 불규칙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댐 운영 계획은 예측 실패와 미흡한 대응으로 이어지고, 댐의 수위 조절 실패 사례나 방류 시점의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댐 간 연계 운영 체계가 부족해, 상류댐과 하류댐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고, 수자원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정부의 댐 운영 지침은 생태 유지수 확보, 홍수 조절, 농업용수 분배 등 다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복잡성을 갖고 있으나, 가뭄 대응에 특화된 전략은 미흡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수자원 운영체계는 정책 유연성과 실시간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기후 위기 시대에 적합한 댐 운영 전환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형 수자원 관리 전략 제언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안동·문경 지역은 기존의 수자원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적응형 수문계획’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가을철 가뭄 대응을 위한 댐 운영 계획의 시계열 유연화가 요구된다. 예측 중심이 아닌 실시간 유역 모니터링 기반의 스마트 댐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하며, 극한가뭄 대비 수위 유지 목표치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소규모 농업용 저수지와 지하수 관리체계의 고도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 단위 저수지를 복합 연결하고, 지하수 수위 실시간 측정망을 확대함으로써 댐 외 수자원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기후 위기 대응은 댐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다중 자원 통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농업 분야에는 고효율 관개 기술 도입, 작물별 맞춤 물 수요 분석, 급수 자동화 시스템을 보급해야 한다. 수자원 절약형 재배기법과 함께, 관개 일정 조절 AI 시스템 등을 활용하면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후 대응 정책도 강화되어야 한다. 가뭄 예보와 물 절약 캠페인, 물 사용량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 급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상수도망 개선 등은 지역 주민의 수자원 인식 개선과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안동과 문경은 한반도 내륙 수자원 보존의 최전선이다. 이 지역의 수자원 전략은 단순한 물 관리가 아닌, 대한민국 기후대응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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