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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포항 연중 고온화 – 철강 산업 중심지의 복사열 축적과 기후 회복탄력성 저하

twinklemoonnews 2025. 7. 11. 06:18

포항은 대한민국 동해안을 대표하는 산업 도시이자,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철강 산업단지가 집약된 국가 핵심 생산거점이다. 그러나 최근 포항은 단순한 산업 도시를 넘어, ‘기후 리스크 고위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봄·가을의 중간계절에도 30도를 넘나드는 고온현상, 여름철 체감온도 40도 이상의 극심한 더위, 밤에도 식지 않는 열대야 일수 증가가 계속되며 포항의 연중 고온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대규모 공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산업 기반시설에서 배출되는 열원(열기 가스, 수증기 등), 도심의 불투수면 비율 증가와 도시 열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전체적인 평균기온 상승이 겹치면서, 포항은 기후회복력(Climate Resilience)이 약화된 대표 산업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포항 지역의 연중 고온화 실태와 기온 패턴 변화, 철강 산업 복사열 축적과 도시열섬 기작, 시민 건강·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포항형 기후적응 전략과 산업 구조 및 도시 구조 전환 방향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기후위기 포항 철강

 

포항의 연중 고온화 실태와 기온 변화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포항의 연중 평균기온은 16.8도로, 1990년대 초반 대비 약 1.7도 상승한 수치다. 특히 고온일수(최고기온 30도 이상)는 연간 92일로 사계절 중 3개월 이상이 고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6~8월에 집중됐던 더위가 이제는 5월부터 10월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4월과 11월의 기온도 예년보다 2~3도 높아져 계절 경계가 사라지는 양상이다.

2024년 7월, 포항시 남구의 체감온도는 연속 6일 동안 40도를 초과했고, 8월 초에는 최저기온이 28도를 넘는 열대야가 12일 연속 지속되었다. 특히 도심과 산업단지가 인접한 지역에서는 야간에도 지표 온도가 35도에 육박하며, 주민들은 “에어컨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도시가 됐다”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연중 고온화 현상은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산업활동 · 도시화의 삼중 복합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포항이 한반도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도시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철강 산업 복사열과 도시 열섬 구조

포항이 다른 도시에 비해 고온화가 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철강 산업단지에서 방출되는 열 에너지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제철소는 24시간 고온 작업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고열 산업군으로, 고로, 전기로, 제강로 등에서 지속적인 열과 수증기, 온수 배출이 발생한다. 이때 배출되는 열은 인근 지역의 대기온도를 상승시키는 ‘복사열 축적 효과’를 유발한다.

특히 산업단지 주변은 아스팔트, 콘크리트, 금속 건축물 등 복사율이 높은 구조물로 덮여 있어, 햇빛과 열기가 동시에 반사·흡수되며 주변 온도가 쉽게 올라간다. 포항 도심의 불투수면 비율은 74%에 달하며, 이는 열 축적 후 발산이 잘 되지 않는 도시 구조로 이어진다.

또한 산업단지와 도심이 인접하고, 자연녹지 완충지대가 부족하여 열기가 도심으로 직접 확산되는 구조다. 낮 동안 축적된 복사열이 야간에도 식지 않으며, 도심 곳곳에서 이중 열섬(주간 열섬 + 야간 열섬) 현상이 고착되고 있다.

열섬 효과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기상재해(국지성 폭우, 태풍의 체류), 오존 농도 상승, 인체 스트레스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며,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민 건강과 도시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포항의 연중 고온화는 시민의 건강, 생활환경, 에너지 비용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첫째, 온열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여름 포항시 보건소에 접수된 열사병 및 탈수 관련 응급환자는 1,200건 이상으로, 전년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특히 노인, 만성질환자, 야외노동자, 어린이는 고온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

둘째, 에너지 수요 폭증으로 인한 가계 부담도 크다. 6~8월 사이 포항시의 가구당 전기요금 평균은 21만 원 이상으로, 전국 평균을 25% 상회했으며, 에너지 취약계층의 냉방 접근성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2024년에는 고온 관련 냉방 사각지대 신고가 1,400건 이상 접수되며, 재난형 폭염의 실체를 보여주었다.

셋째, 도시의 공공생활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고온화는 가로수 고사, 도로 아스팔트 연화, 지하철 공기 질 악화, 오존 농도 증가 등 여러 방면에서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야외 활동 감소, 관광객 감소, 골목 상권 매출 하락 등의 간접 피해도 지속되고 있다.

포항은 지금, 산업적 강점이 오히려 기후 취약성으로 바뀌고 있는 역전 구조의 도시로 변화 중이다.

 

포항 맞춤 기후적응 전략과 산업구조 및 도시구조 전환 방향

포항의 고온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시구조와 산업구조 모두를 기후적응형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첫째, 산업단지의 열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제철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열 회수 기술, 고효율 냉각시스템, 방열형 설비 구조 도입 등을 통해 산업활동이 도시 기온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야 한다.

둘째, 도시열섬 완화를 위한 녹지 및 수변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도심 내 열섬 완충숲 조성, 도로·건물의 고반사 코팅, 옥상녹화 확대, 그리고 강 주변 수변녹지 복원 및 바람길 확보 설계를 통해 열기 확산을 막아야 한다. 포항시의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를 활용해 그린인프라를 재정비하는 것도 유효한 방안이다.

셋째, 고온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기후복지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 여름철 냉방바우처 지급 확대, 쿨링쉘터 운영 강화, 야간 이동형 냉방버스 도입 등이 시민 체감 수준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와 함께 열지도 기반 맞춤형 폭염 대응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산업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저탄소·친환경 산업 전환 로드맵을 병행해야 한다.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은 탄소중립형 제철기술(수소환원 제철 등)을 선도하고, 도시는 이를 바탕으로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그린 인더스트리얼 시티’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포항은 지금, 열의 도시에서 기후 회복력을 갖춘 미래 산업도시로 진화할 수 있는 변곡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