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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기후 위기]진안·임실 이상 저온 – 고랭지 채소 재배지의 봄철 저온 스트레스와 생산량 감소

전라북도 진안군과 임실군은 해발 400~700m의 중산간 고지대를 중심으로 한 고랭지 채소 재배지로, 여름에는 서늘하고 봄과 가을에는 일교차가 큰 기후 조건을 활용한 고품질 배추, 상추, 양배추, 브로콜리 등의 생산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봄철 이상 저온 현상이 반복되며 고랭지 채소 작물의 생육 초기에 큰 피해를 주고, 결과적으로 생산량 감소, 상품성 저하, 농가 수익 악화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 배추

 

특히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 사이에 기습적인 저온·서리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 시기는 대부분의 고랭지 채소가 정식(모종을 밭에 옮겨 심는 시기)을 시작하거나 생장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뿌리 활착이 어려워지고, 조직이 얼거나 잎이 말라붙는 생리장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이상 저온 현상은 단순한 날씨의 변덕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 순환이 불안정해지고 북쪽 찬 공기가 봄철까지 남하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기후 이상이다. 이 글에서는 진안·임실 지역의 이상 저온 발생 실태, 고랭지 채소 생육에 미치는 영향, 생산량 및 유통시장 변동 분석, 대응 가능한 기후적응형 재배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진안·임실 지역의 이상 저온 발생 실태

2024년 봄, 진안과 임실 지역에서는 3월 25일부터 4월 13일까지 약 20일 동안 영하권의 아침 최저기온이 총 7회 발생했으며, 이 중 4회는 -1℃ 이하의 강한 복사냉각 현상이 동반된 기습한파로 기록되었다. 특히 고랭지 채소 재배가 집중된 진안 백운면과 임실 신덕면 일대에서는 4월 초순에도 서리 피해가 보고되었고, 생육 초기에 심어진 채소 모종의 30~40%가 피해를 입은 사례도 확인되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4월 중순 이후 본격적인 고랭지 채소 정식이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작물 시장 조기 진입을 위한 앞당긴 파종과 정식이 일반화되며, 이상 저온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고산지대 특성상 밤사이 지표면이 빠르게 식는 복사냉각이 발생하면서, 기온보다 체감 냉해가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 지면 부근의 작물은 공기 중 온도보다 3~4도 더 낮은 조건에 노출되며, 이는 저온 내성이 약한 채소류의 세포막을 손상시키고 뿌리와 잎의 성장 지연을 초래한다.

 

고랭지 채소 생육에 미치는 이상 저온의 영향

이상 저온은 고랭지 채소의 생육 단계 중 가장 민감한 시기인 초기 활착기와 생장 초기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뿌리가 제대로 활착 하지 못하면 수분과 양분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잎 성장 속도가 지연되며 전체 생육 주기가 늦어진다. 이는 수확 시기의 늦어짐으로 이어져, 시장 출하시점에 적기 대응이 어려워지고 상품성 경쟁에서 밀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배추, 상추, 양배추 등의 잎채소는 잎 조직이 연하고 수분 함량이 높아 냉해에 매우 취약하다. 영하 1도 이하에서 2시간 이상 노출되면 잎이 마르거나 투명하게 변하는 피해 증상(세포 손상에 의한 수분 손실)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잎 끝 갈변, 뒤틀림, 심부 열상 등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외관 손상이 동반된다.

또한 이상 저온은 생리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병해에 대한 저항성도 약화시킨다. 생육이 정체된 상태에서는 뿌리곰팡이병, 균핵병, 진딧물 발생 빈도가 증가하며, 이로 인해 약제 방제 비용 증가, 작물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생산량 감소와 시장 유통 구조의 변동

이상 저온이 반복되면 고랭지 채소의 전반적인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가 발생하게 되며, 이는 유통시장 가격 변동과 공급 불안으로 이어진다. 2024년 5월~6월 기준, 진안·임실산 고랭지 배추는 도매시장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으며, 상품률(상품으로 출하 가능한 비율)은 61%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배추·상추 등 주요 품목의 가격이 급등했고, 일부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대체 산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도매 단가와 소비자 소매가가 동반 상승했다. 농가는 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의 이득을 일부 얻었지만, 출하량이 줄면서 총수익은 오히려 감소하거나, 출하 지연으로 인한 폐기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통 구조 측면에서는 예상보다 늦은 출하와 불균일한 품질이 문제가 되어 계약재배나 납품 일정 차질이 자주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소규모 농가들은 거래처를 잃거나, 유통업체와의 신뢰관계에 손상을 입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이상 저온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단순히 밭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유통 전반의 구조를 흔드는 기후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기후적응형 재배 전략과 지역 대응 방향

이상 저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랭지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재배 기술과 정책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첫째, 정식 시기를 기상예보와 연계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작형 계획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과거처럼 고정된 정식일이 아니라, 기상 예보에 따라 파종 및 이식 시기를 5~7일 단위로 조정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둘째, 이상 저온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상팬, 부직포 피복, 저온 센서 연동 히터 시스템 등의 설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활착기 동안만이라도 야간 보호시설을 설치하면 냉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실증 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셋째, 작물 선택과 품종 개선도 중요하다. 저온 발아 적응성이 높은 품종, 뿌리 내성이 강한 품종, 생육 속도가 빠른 조기형 품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육의 회복성과 기후 적응력을 높이는 작부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정밀 기상정보 제공 시스템을 마을 단위로 확대해, 농가들이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안·임실 고랭지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상 저온은 더 이상 예외적인 기상이 아니라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적 위험요소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농민의 경험과 기후 데이터, 기술이 융합된 통합형 기후적응 농업 전략이다. 진안·임실이 이를 선도할 수 있다면, 전국 고랭지 농업의 미래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