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대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는 오명을 실감하게 했다. 실제로 7월과 8월 동안 대구의 일 최고기온은 평균 35.1도, 체감온도는 40도를 초과하는 날이 18일에 달했으며, 열대야는 무려 28일 연속 지속되었다. 특히 도심 한복판에선 한밤중에도 더위가 식지 않아 “이젠 해가 져도 시원하지 않다”는 시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대구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 지형으로, 바람의 흐름이 정체되고 고온이 축적되기 쉬운 기후적 약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인구 밀도 증가, 콘크리트 구조물 확대, 녹지 감소 등의 도시 구조 문제가 더해지면서, 기온보다 더 체감하기 힘든 ‘도심 고온화’ 현상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기온이 높아지는 것만큼이나 문제는 체감온도 상승으로 인한 신체적 스트레스와 건강 피해 증가다. 특히 고령자, 어린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은 열악한 환경에서 충분한 냉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건강 리스크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대구 분지의 체감온도 상승 원인, 열환경 구조와 건강 문제의 연관성, 도심 고온화에 따른 피해 양상, 그리고 향후 대응 전략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
대구의 체감온도 상승 실태와 도시 특성
2024년 대구의 여름 평균 기온은 30.2도로 평년보다 1.6도 높았고, 체감온도는 38~41도까지 치솟은 날이 20일 이상 지속되었다. 기상청은 체감온도 산출 시 기온, 습도, 일사량, 바람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데, 대구는 이 모든 요소가 체감온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특히 습도가 높고 바람이 거의 없는 날에는 실내외 모두에서 열이 축적돼 휴식이 어려울 정도였다.
대구는 분지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어 바람 유입이 원활하지 않고, 한낮의 열이 지표면과 도심 건물 사이에 갇히는 구조다. 여기에 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로 덮인 면적이 도시 면적의 70% 이상을 차지해, 낮 동안 흡수된 태양열이 밤에도 천천히 방출되면서 야간 기온 하강이 어렵다. 이런 구조는 대구를 ‘밤에도 더운 도시’로 만들고 있다.
또한, 대구 도심은 인구 밀도가 높고 차량 통행량이 많은 지역이 밀집해 있어 복사열, 배기가스, 산업 열기까지 더해진 ‘복합 열원’ 지역이다. 실제로 대구 중구와 동성로, 서구 일부 지역은 지표면 온도가 50도를 넘나드는 초열섬 지대로 분류되며, 이로 인해 같은 기온이라도 체감온도는 실제보다 훨씬 높아진다.
체감온도 상승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리스크 확대
체감온도 상승은 단순한 불쾌감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인 건강 피해와 생존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는 환경 문제다. 고온 다습한 날씨는 신체의 체온 조절 능력을 저하시켜 탈수, 열사병, 열탈진, 심혈관계 질환 등의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킨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7~8월 동안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950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땀 배출과 순환 기능이 저하되어 열 관련 질환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2024년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 또한 저소득층은 냉방 시설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워, 경제적 취약성과 건강 취약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위험 상태에 놓이게 된다.
체감온도가 상승하면 시민들의 수면 질 저하, 일상 활동 저해, 스트레스 증가와 같은 간접적인 건강 악영향도 나타난다. 심지어 폭염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신 건강 문제(우울, 불안, 분노 증가 등)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체감온도의 상승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닌 도시의 생존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재난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도심 고온화에 따른 사회적·도시적 피해 양상
도시 고온화는 단지 날씨의 문제를 넘어 도시 기능과 시민 생활 전반에 복합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대구는 여름철마다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며, 냉방기기 사용으로 인한 전력 수급 불균형과 요금 부담이 커진다. 특히 2024년 7월에는 일부 동구, 수성구 지역에서 일시적 정전이 발생하며 냉방 취약계층의 불안정성이 더욱 부각되었다.
또한 더운 날씨로 인해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상가, 전통시장, 공공시설 이용률이 낮아지고, 도심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소상공인연합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2024년 7~8월 동성로 상권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으며, 이는 체감온도 상승에 따른 외부활동 기피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학교, 보육시설, 공공기관 등에서도 냉방비 예산 증가, 에너지 관리 부담, 폭염 대응 인력 운영 문제 등이 함께 발생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불편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대기공간의 고온화, 횡단보도에서의 열사병 위험, 정류장 그늘 부족 문제 등은 도심 환경의 안전성 자체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형 고온도시 대응 전략과 기후 회복력 강화 방안
체감온도 상승과 도심 고온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구시는 열환경 관리와 건강 보호 중심의 기후 적응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도심 내 폭염 저감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 ▲쿨링 포장재 도입, ▲열반사 도로 시범 구간 확대, ▲쿨루프(냉각 지붕) 설치 장려 등 물리적 열 저감 기술을 도입하고, 나무 그늘·인공 그늘막·쿨링미스트 등 실생활형 그늘 공간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둘째, 무더위쉼터의 질적 개선과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지정하는 것을 넘어, 실내 냉방 환경 점검, 야간 개방 확대, 정보 접근성(앱·알림 문자) 개선 등이 필요하며, 냉방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 확대와 방문 돌봄 서비스도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도시 계획 차원에서 바람길 확보, 도심 녹지 확대, 고온 밀집지 재배치 등의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대구는 현재 바람길이 협소하고, 녹지 연계성이 약하기 때문에 공원·하천·녹지축을 연결한 ‘기후 통로’ 조성 전략을 통해 도시 전체의 열 분산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스마트 기후 모니터링 시스템을 활용한 열환경 실시간 관리가 요구된다. 공공앱이나 전광판을 통해 체감온도, 열지수, 건강위험 수준을 시민에게 알리고, 학교·병원·복지시설 등과 연계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이 스스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는 더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민이 안전할 수는 있다. 이제는 체감온도도 관리 대상이고, 대응 가능한 기후 위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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