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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경기 남부 도시 열섬 심화 – 도시 확장과 녹지축 단절의 결과

twinklemoonnews 2025. 7. 7. 23:03

경기 남부권은 최근 수십 년간 눈부신 도시 성장을 이룩한 지역으로, 수원, 화성, 평택, 오산, 용인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거단지와 산업단지가 빠르게 확장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바로 도시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이다. 2024년 여름, 경기 남부 주요 도시의 평균기온은 수도권 전체 평균보다 1.8도 이상 높았고, 체감온도는 40도를 넘는 날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도시 열섬은 단순히 더운 날씨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도시 확장으로 인한 녹지 소실, 불투수 면적 증가, 인공 열원의 집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써, 시민 건강, 에너지 수요, 도시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기 남부는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산림과 농지, 수변공간 등 자연 녹지축이 단절되며, 기온 완화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 글에서는 경기 남부 도시 열섬의 실태, 도시 확장과 녹지축 단절의 연관성, 생활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대응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기후위기 녹지소실

 

경기 남부 도시 열섬 실태와 주요 발생 지역

2024년 여름, 수원·화성·용인·평택 등 경기 남부권 도심에서는 최고기온이 37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19일, 열대야 일수는 21일을 초과하며 기후 고온화 현상이 심화되었다. 특히 수원 권선구, 화성 동탄신도시,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도로,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인근 농촌 지역보다 평균 2.5도 이상 높은 온도를 보이며 열섬 중심지로 확인되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위성 열지도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경기 남부 도심의 지표 온도는 최고 52도까지 상승했고, 이는 인근 산림 지역보다 10도 이상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열 축적은 주간은 물론 야간에도 이어져, 도심의 기온이 새벽까지도 30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 지속 지역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로변, 아스팔트 포장면, 저층 주거지역 밀집지는 열 방출이 어려워 '초열섬지대'로 분류되며, 일부 지역은 노인·유아 온열질환 발생 위험지역으로도 지정되었다. 열섬의 심화는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기후 레질리언스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도시 확장과 녹지축 단절이 열섬을 악화시키는 구조

경기 남부는 수도권 내에서 인구 증가율과 도시 면적 확장률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최근 10년간 화성시는 약 70만㎡의 녹지를 도시개발로 전환했으며, 수원·용인·평택에서도 도시개발사업으로 기존의 산지, 하천 주변 녹지공간이 주택지와 도로로 대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확장이 단순한 공간 변화가 아니라, 기온 조절 기능을 담당하던 녹지축을 끊어버렸다는 데 있다.

기존의 녹지축은 도시 내 공기 순환을 돕고, 바람길을 형성하며, 주변 지역의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도시 확장으로 이 녹지축이 단절되자, 더운 공기가 도심에 갇히고 자연적인 냉각 작용이 사라지며, 결과적으로 열섬 현상이 구조화되었다. 특히 하천과 연결된 수변녹지와 산지형 완충녹지의 제거는 열기 확산을 직접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불어 최근의 도시개발은 고밀도 아파트, 상업시설, 대형 물류창고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열반사율이 높은 콘크리트와 유리 건축자재 사용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태양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불투수면적이 확대되면서, 전체 도심의 열 저장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결국 낮에도 덥고 밤에도 열이 식지 않는 도시환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열섬 심화가 시민 건강과 도시 생활에 미치는 영향

도시 열섬 현상은 시민의 삶에 매우 실질적인 피해를 준다. 우선, 체감온도 상승으로 인한 온열질환 증가가 대표적이다. 2024년 경기 남부 보건소 집계에 따르면, 7~8월 사이 온열질환자 수는 전년보다 45% 증가했으며, 특히 고령층의 열사병·탈수 증상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일부 자치구에서는 열섬심화 지역을 중심으로 쿨링쉘터 운영을 긴급 확대할 정도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또한, 기온 상승은 냉방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켜 전력 수요를 폭증시킨다. 가정과 상가, 공공기관의 에어컨 사용은 여름철 피크타임마다 전력부하를 가중시키고, 이에 따라 전력요금 부담 역시 높아진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은 전기요금 폭탄 우려로 충분한 냉방을 하지 못하며 건강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생활환경도 변화한다. 높은 기온은 아스팔트 연화, 타이어 폭발, 배수구 악취 증가 등을 유발하고, 대중교통 대기 공간이나 어린이 놀이터, 학교 운동장 등 야외 공공공간의 사용을 제한시킨다. 이는 시민의 일상적 활동 제약으로 이어지며, 도시의 생활 품질 저하를 유발한다.

결국 열섬은 단순한 기후 현상을 넘어서 도시민의 건강권, 에너지권, 환경권을 모두 침해하는 구조적 문제다.

 

경기 남부 도시의 열섬 대응을 위한 정책적 해법

경기 남부의 도시 열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계획, 환경정책, 시민참여가 통합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도시개발 과정에서 녹지축 복원과 바람길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도시계획 수립 시 바람길 지도를 활용해 녹지 연계축을 따라 개발 제한 구역을 설정하고, 기존 산림과 하천 주변은 생태 보전 중심의 개발 유보가 필요하다.

둘째, 이미 조성된 도심에는 열저감형 인프라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고온 지표면에는 쿨루프(Cool Roof), 차열 페인트, 투수성 포장재를 활용하고, 대형 공공시설에는 옥상녹화 및 벽면녹화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교통 정류장, 공원, 놀이터에는 그늘막, 냉방 휴게시설, 쿨링미스트 시스템을 확대해 체감온도를 낮춰야 한다.

셋째, 민간 건축물에도 열섬 완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신축 아파트 단지에 고반사 자재 의무화, 바람 통과형 배치 설계, 녹지 비율 가중치 부여 등의 기준을 적용하고, 이를 만족한 사업자에게 건폐율 완화나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열지도 제작, 에너지 절약 캠페인, 녹지 확산 활동 등이 지속가능한 도시 기후 거버넌스를 만드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경기 남부는 수도권의 성장축이자, 동시에 기후 위기 대응의 시험대다. 지금 열을 잡지 못하면, 미래의 삶 자체가 뜨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