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전북 김제 지역의 봄 가뭄 실태와 기후 위기의 상관 관계

twinklemoonnews 2025. 6. 30. 07:10

 2024년 봄, 전라북도 김제시는 예년과는 전혀 다른 이상기후로 인해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물이 풍부하기로 알려진 김제평야조차도 봄철 관개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정도로 토양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다. 농민들은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을 대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갔고, 일부 지역에선 논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봄 가뭄이 단순한 계절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되는 기후 위기의 결과로 점점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위기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3월부터 5월까지 전북 김제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48% 수준에 불과했다. 봄 가뭄은 예전에도 드물게 발생했지만, 이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 농업 중심 지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환경 재난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2024년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봄 가뭄의 실태와 피해 상황, 그리고 그 근본적 원인이 기후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나아가 농업 중심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024년 김제 봄 가뭄의 실태와 피해 상황

2024년 봄, 전북 김제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85mm 수준으로, 예년 같은 시기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 김제시는 비가 하루도 내리지 않았으며, 논과 밭의 토양은 갈라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먼지가 날릴 정도로 메말랐다. 평야 지대에 위치한 김제는 상대적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평가되었지만, 이번 가뭄은 그 기대를 무너뜨렸다.

관개용수를 공급하는 만경강과 저수지들의 수위는 30~40% 수준으로 급감했고, 일부 양수장에서는 아예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김제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가뭄 피해를 입은 논은 전체 경작지의 약 18%에 달했으며, 모판을 만든 후에도 모를 심지 못한 농가가 1,200곳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일부 농민은 “논에 물이 없어 마늘이나 고추로 작물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며, 벼농사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봄철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면 연간 생산량 전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지역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와 봄 가뭄의 인과관계

김제 지역의 봄 가뭄은 단순히 운이 나쁜 해에 발생한 이상기후가 아니다. 이 현상은 지난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심화돼 왔으며, 기후 위기에 따른 강수 패턴의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에는 봄철에 고르게 내리던 비가 최근 들어 점점 더 여름에 몰리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특히 동절기와 봄철에 고기압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상공을 지배하면서, 구름 형성과 강수를 억제하는 대기 조건이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후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계절 간 수분 불균형'이라고 부르며, 지구온난화가 이러한 패턴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해양에서 증발하는 수증기의 양은 늘고 있지만, 강수는 특정 계절과 지역에 집중되면서, 김제와 같은 내륙 농업 지대는 더욱 심각한 수분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 또한, 겨울철 강수량도 줄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하수와 저수지 수위가 봄철 들어 이미 낮아진 상태에서 농번기를 맞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비가 안 와서 생긴 일’이 아니라, 기후 위기의 직접적인 결과로 해석돼야 한다.

 

김제 지역 농업과 물관리 시스템의 한계

김제는 오랜 기간 벼농사 중심의 전통적인 농업 구조를 유지해왔다. 김제평야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곡창지대 중 하나로, 비교적 넓고 평탄한 지형 덕분에 수로와 저수지 중심의 물 공급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전통적 관개 시스템이 급변하는 기후 패턴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존 시스템은 ‘봄에 비가 어느 정도 내린다는 가정’ 하에 운영되었기 때문에, 최근처럼 봄철 완전 가뭄 형태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대응력이 극히 떨어진다.

또한, 일부 지역은 지하수 사용 의존도가 높지만, 지하수 고갈 속도는 강우 부족 기간이 길수록 빨라지고 있다. 농민들 역시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양수기를 가동하거나 수로를 파서 물을 끌어오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체계적인 가뭄 대응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재해로 인식되기보다는 단순한 일시적 기상이변으로 관리하고 있어, 기후 위기에 따른 구조적 대응 시스템은 매우 미비한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김제는 향후 반복되는 봄 가뭄에 매년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기후적응형 농업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김제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전제로 한 농업도시 전략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 우선, 가뭄 대응을 위한 중규모 저수지 확충과 스마트 관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단순히 물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토양 수분 상태와 날씨 예측 데이터를 연동해 물을 자동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관개 효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물 소비량이 적은 작물로의 전환, 벼 외에 대체 가능한 아열대 작물 재배 지원 등도 고려할 시점이다.

행정 측면에서는 봄 가뭄을 단기 재난이 아닌 기후재난으로 공식 분류하고, 대응 예산을 별도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 지역 농민 대상 기후교육 확대, 양수장 현대화, 지하수 공동관리 체계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가뭄이 올지도 모른다’는 예측보다 한발 앞서, ‘가뭄은 올 것이며, 그에 대비한다’는 전제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김제는 대한민국 식량자급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제에서의 기후 위기 대응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식량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반복되는 봄 가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제는 '기후에 적응하는 농업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