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제주도의 연 강수량 급증 – 열대성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성 분석

twinklemoonnews 2025. 7. 3. 17:52

2024년, 제주도는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연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제주 전역의 평균 강수량은 2,800mm를 넘었으며, 이는 평년 평균인 1,900mm보다 약 4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여름과 가을철 강수 집중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동안 300mm 이상 쏟아지는 국지성 폭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기후위기:폭우

 

이러한 강수 패턴은 제주도 주민의 일상과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농작물 침수와 토양 유실, 도로 붕괴, 지하 주차장 침수 등 재산 피해와 안전사고가 급증했고, 특히 고지대와 저지대를 동시에 갖는 제주 특유의 지형은 수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제주시는 하천 범람과 산사태에 대응하는 비상 체계를 수차례 가동했으며, 시민들은 “이제는 폭우가 일상이 됐다”라고 말할 정도로 날씨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극단적인 강수량 증가는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닌, 열대성 저기압의 북상과 대기 불안정성의 장기화라는 기후 시스템의 변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본 글에서는 2024년 제주도의 연 강수량 급증 현상을 중심으로, 열대성 저기압의 활동 특성, 대기 불안정 구조, 지역 피해 사례, 그리고 중장기적 기후 대응 방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본다.

 

2024년 제주 강수량 증가의 실제 양상과 피해

2024년 제주도는 사계절 내내 강수일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6월부터 10월까지는 총 강수량이 2,100mm를 넘었으며, 이 시기 제주 동부지역은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한 해 농작물의 30% 이상이 침수 또는 병해 피해를 입었다. 성산읍과 표선면 일대의 밭작물과 감귤 농장이 집중 피해를 입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수확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특히 7월 18일에는 제5호 태풍 '다나스'의 간접 영향으로 하루 312mm의 폭우가 제주시 구좌읍에 쏟아지며 도로가 끊기고, 지하차도와 상가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천 범람과 배수 불량으로 인해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되었고, 제주시 일도2동과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는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산간 지역에서는 집중강우에 의한 산사태와 토석류 위험이 커졌고, 한라산 등산로 일부는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이처럼 연중 고르게 내리는 강수 대신,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강우 형태는 인명 및 재산 피해 가능성을 대폭 높이고, 제주도 전체가 예전과는 다른 ‘기후 리스크 구조’ 속에 놓이게 되었다.

 

열대성 저기압의 북상과 제주 강수 패턴의 변화

최근 제주 지역의 강수량 증가는 열대성 저기압, 특히 태풍의 북상 경로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과거에는 태풍이 대부분 중국 내륙이나 일본 규슈 방향으로 빠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한반도, 특히 제주도 인근을 통과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는 북서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

2024년에도 5개 이상의 태풍이 제주 해역에 영향을 주었으며, 그중 일부는 직접 상륙하거나, 제주 인근에서 정체하며 긴 시간 비를 뿌렸다. 열대성 저기압은 자체적으로 강한 상승기류를 동반하며, 대기 중 수증기를 끌어올려 집중호우를 유발한다. 특히 제주도처럼 바다와 가까우며, 고도가 급변하는 섬 지역은 구름대가 정체되기 쉬워 강수량이 비정상적으로 누적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와 함께, 엘니뇨와 같은 해양 현상도 영향을 준다. 2024년은 중·약강도의 엘니뇨 해로 분류되었으며, 이로 인해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이는 대기 순환 패턴을 바꾸며, 한반도로 수증기 이동량이 증가하고 강수 구름대가 더 자주 형성되는 조건을 만든다. 결국 열대성 저기압의 잦은 접근과 대기 수분량의 증가가 제주의 집중호우 가능성을 상시화시키고 있다.

 

제주 대기 불안정성과 국지성 강우의 구조적 원인

제주도의 지형은 해안부터 중산간, 고산지대까지의 변화가 뚜렷해, 대기 불안정이 심해질 경우 국지적 집중강수로 빠르게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여름과 가을철에는 태양 복사열에 의해 지면이 빠르게 가열되고, 상층에는 차가운 공기가 머무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대류가 강화되고 국지성 소나기 또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우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지형성 상승기류도 대기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소다. 해안에서 유입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산을 타고 상승하면서 수증기가 냉각·응결되어 강수로 전환되는 이른바 ‘지형성 비’가 자주 발생하며, 이 경우 강수구름이 좁은 지역에 머물면서 특정 지역에만 폭우가 집중되는 현상이 생긴다.

2024년에는 특히 중산간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국지성 강수의 비율이 전체 강수의 40%를 넘겼다는 기상관측 결과도 나왔다. 이는 기존의 일기예보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성 기상현상이 증가하고 있음을 뜻하며, 단시간에 대량의 비가 내리는 플래시 플러드(Flash Flood) 현상도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기존의 강우 패턴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기후 위기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일상’이 제주에 정착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제주도 기후 위기 대응 방향과 장기 전략

제주도는 이제 연중 균등한 강수보다 폭우와 가뭄이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이중 재해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첫째로, 강우 집중 구간의 실시간 예측 및 대응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중산간 지역과 해안 저지대에 고정밀 기상 관측소를 추가 설치하고, 강우량, 수위, 지하수위, 토양 포화도 등을 통합 관측하는 스마트기후 감시망이 요구된다.

둘째, 배수 인프라의 현대화가 시급하다. 특히 국지성 강우에 대비할 수 있는 대용량 펌프장 확대, 우수관로 이중화, 역류 방지시설 설치 등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필수다. 기존 시스템은 연강수 총량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단시간 집중호우에 취약한 구조다. 따라서 강우 강도 중심의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

셋째, 농업과 도시계획 차원에서도 기후 적응형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 침수에 강한 농작물 품종 개발, 재배 시기 조정, 빗물 저장 활용 기반 강화 등이 필요하고, 신도시 개발이나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기후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과 행정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제주도민이 스스로 기후 위기를 이해하고 대응하는 교육 프로그램, 재난 대응 모의 훈련, 스마트폰 기반 경보 시스템 등을 강화함으로써, 정보 공유와 실천 중심의 지역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2024년의 기록적 강수는 경고다. 제주도는 기후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만큼, 한국 기후 대응 정책의 선도모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