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는 대한민국 남해안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철강·항만·물류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광양시 일대에서는 여름철 평균 기온과 열대야 일수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시민들 사이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더워졌다”, “밤에도 덥고 공기가 답답하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광양의 여름철 평균기온은 30.1도로, 10년 전보다 약 1.5도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고, 열섬현상(Urban Heat Island)에 대한 지역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열섬현상이란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주변 지역보다 도심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건물과 포장 면적 증가, 녹지 감소, 에너지 소비 집중, 산업열 방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광양제철소처럼 막대한 열에너지를 사용하는 산업시설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산업 자체가 기온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단지와 기온 상승 사이의 상관관계, 열섬현상 발생 메커니즘, 주변 생활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대응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광양지역 기온 상승 실태와 열섬 현상 감지 사례
광양시의 기온 상승은 기상청 자료를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2024년 여름 기준, 광양시는 7월 평균기온이 30.1도, 최고기온이 36.3도를 기록했으며, 열대야는 21일 연속 발생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특히 중마동, 태인동, 금호동 등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의 기온은 주변 농촌 지역보다 2~3도 높은 수준으로 관측되었고, 야간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비정상적 기후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광양시청 환경과의 자체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제철소 내 주요 배출지점과 산업단지 밀집 지역에서는 지표면 온도가 여름철 한낮 기준 55도에 이르는 구간도 존재하며, 이는 일반 도시 구역보다 10도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열을 뿜어내는 산업 구조물과 저장탱크, 대형 기계설비, 고온의 배출가스 등이 직접적으로 온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성 관측 및 드론 열지도 분석에서도 광양제철소를 중심으로 하는 ‘열 중심축’이 도심 남부를 가로지르며 형성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이 열이 바람의 방향에 따라 북쪽 주거지역으로 확산되는 패턴도 반복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국지 기온 상승이 아니라, 산업 단지가 지역 열환경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다.
산업단지 열 방출과 열섬 형성 메커니즘
광양제철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관 제철소 중 하나로, 24시간 가동되는 고로, 전로, 열연 및 냉연 설비 등 다양한 열가공 공정을 운영한다. 이러한 공정 과정에서는 고온의 증기, 폐열, 가스 배출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며, 단지 내 온도를 높이고 주변 공기를 데우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와 함께, 넓은 면적의 아스팔트 포장과 건물 지붕, 금속 구조물이 태양복사열을 흡수하고 반사하면서 지표 열 축적을 가중시킨다.
열섬현상은 이러한 산업열 방출이 도심 내 열 축적 구조와 결합할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광양제철소는 광양만을 따라 배치되어 있어 바닷바람이 열을 식혀줄 수 있는 자연 완충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위치임에도, 산업단지의 건물 밀도, 열원 집중, 대기 순환 저해 요소가 많아 오히려 바람의 흐름을 막고 있다. 즉, 열은 생성되지만 분산되지 않는 구조가 열섬을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산업단지 내 연료연소, 발전설비 운영, 대기 중 미립자 확산 등은 기온 상승과 동시에 대기 오염까지 유발하게 되며, 고온 다습한 공기 속에서 미세먼지와 오존이 반응해 복합적 열-대기 재난의 조건을 갖추게 된다. 결국 광양의 열섬은 산업시설로 인한 열원 집중형 열섬으로 분류되며, 도시 자체가 거대한 '열기 축적지'로 변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주민과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
광양제철소 인근 지역 주민들은 기온 상승뿐 아니라 체감온도의 지속적인 증가로 인한 생활 불편과 건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야간에도 열이 식지 않아 수면장애, 탈수, 두통, 피로감 등이 반복되고 있으며, 고령층의 온열질환 발생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광양시 보건소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여름 온열질환 응급환자 수는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또한, 냉방기기 사용이 폭증하면서 전기요금 부담이 가구당 월 2만 원 이상 증가하는 등 에너지 취약계층의 냉방권 문제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공기 중 습도와 온도가 동시에 높은 상황에서는 실내 냉방 효과도 떨어지며, 전력 사용 대비 체감 냉각 효과가 미미해지는 비효율적 환경이 형성된다.
더불어, 인근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야외 수업이 전면 중단되고, 오후 수업 단축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낮 시간 매출 감소, 공장 외곽 노동자들은 야외 작업 중단, 물류·운송 지연 등 생산성과 경제성에도 연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업단지가 지역경제를 이끄는 엔진이자 동시에 생활환경을 위협하는 열원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광양시의 열섬 대응 전략과 산업-도시 공존 방안
광양시가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산업단지 중심의 도시 구조 안에서 열섬 완화와 기후적응 전략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첫째, 산업단지 내 열 방출 저감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다. 고온 폐열 회수 시스템 확대, 공정별 열차단 설비, 외부 복사 차폐막 설치 등을 통해 공장 단위에서 직접적인 열 방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제철소와 주거지역 사이에 녹지 완충지대를 조성해 산업열 확산을 차단하는 '그린버퍼존(Green Buffer Zone)'이 조성돼야 한다. 광양시는 이미 일부 지역에 완충녹지를 운영하고 있으나, 면적 확대와 고밀도 녹음 식생 도입을 통해 실질적 냉각 효과를 높여야 한다. 바람길 회복을 위한 구조 개선도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도시 기반시설에도 열섬 대응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 광양시 도심 내 도로, 광장, 건축물 등에 쿨루프(cool roof), 투수성 포장재, 쿨페이브먼트(cool pavement) 등 열반사·열차단 자재를 적용하고,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 쿨링쉘터, 스마트 온열경보 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산업-지역 공존형 기후협약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열섬 저감에 기여하고, 지자체는 이에 대한 세제혜택, 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지속가능성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산업과 도시의 충돌을 최소화하며, 기후 위기 속에서 상생 가능한 열환경 도시 모델을 광양이 선도해야 한다.
'지역별 이상기후 사례 중심 기후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후 위기]울산 산업 지역의 기후 변화 – 대기 오염과 기온 상승의 이중 위험 (0) | 2025.07.06 |
---|---|
[기후 위기]여수 해양산성화 현상 – 연안 수질 변화와 해양 생물 영향 분석 (0) | 2025.07.06 |
[기후 위기]서울 미세먼지 농도 증가 – 도심 대기 정체와 건강영향 분석 (0) | 2025.07.05 |
[기후 위기]강원 산간 지역의 기온 상승 – 고산 생태계 변화와 야생동물 이동 (0) | 2025.07.05 |
[기후 위기]대구 분지의 체감온도 상승 – 도심 고온화와 건강 리스크 확대 (0) | 202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