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수 연안에서 측정된 해수의 수소이온농도(pH)가 평균 7.85 이하로 하락하면서 해양산성화(Ocean Acidification)에 대한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pH 8.1 수준을 유지하던 여수 앞바다는 불과 20여 년 만에 해수의 산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특히 조간대와 양식장 주변 해역에서는 이 수치가 더욱 낮게 나타나는 등 산성화가 국지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수질 변화가 아닌, 해양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위기이다.
해양산성화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가 높아지면서 바다가 이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해수와 반응해 탄산(H₂CO₃)을 형성하고, 이는 수소이온을 방출해 해수의 pH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특히 여수는 산업단지와 항만시설, 양식장 등이 밀집된 지역으로, 외부 CO₂ 유입뿐 아니라 지역 내 배출도 해양산성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는 여수 연안의 해양산성화 실태, 수질 변화의 과학적 메커니즘, 해양 생물 및 양식 산업에 미치는 영향,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대응 전략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분석해 본다.
여수 연안의 해양산성화 현황과 지역 특성
국립해양조사원과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여수 앞바다의 평균 해수 pH는 7.83으로, 2000년대 초반보다 약 0.17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감소폭은 수치상 작아 보여도 해양 생물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환경 변화이며, 탄산염 이온 농도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패류나 산호, 석회성 조류 등의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여수는 남해 연안 중에서도 해양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는 해양의 정체 수역 특성, 연안 도시의 이산화탄소 배출 집중, 산업단지의 폐수 방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 때문이며, 특히 돌산, 화정, 경호, 국동항 일대에서는 수심 5~10m 구간의 산성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또한 여수는 대표적인 해양관광도시이자 양식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굴, 전복, 해삼, 해조류 등의 연안 양식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으로, 해수의 pH 변화는 단순한 수질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위협으로 직결되는 사안이다. 실제로 일부 양식어민들은 “최근 몇 년간 종패 생존율이 뚜렷하게 낮아졌다”는 체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해양산성화의 과학적 원리와 여수에 나타난 변화 메커니즘
해양산성화는 기본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들며 발생한다. 바닷물 속에 흡수된 CO₂는 물과 반응하여 탄산(H₂CO₃)을 생성하고, 이 탄산은 다시 수소이온(H⁺)과 탄산수소이온(HCO₃⁻)으로 분해된다. 이때 수소이온 농도가 증가하면서 바닷물의 pH가 낮아지고, 동시에 바다 생물에게 중요한 탄산염 이온(CO₃²⁻)이 줄어든다. 이 탄산염 이온은 조개, 굴, 산호 등의 석회화 생물이 껍질이나 골격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여수는 주변에 여수국가산단, 여천공단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연간 수십만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선박 운항이 활발한 항만 지역과 선박 연료 연소, 정박 시 배출가스 등도 국지적 CO₂ 농도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적 요인들은 대기 중 CO₂를 국지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는 바닷물로 직접 흡수되면서 해양산성화를 촉진하는 구조로 이어진다.
또한, 여수는 수심이 얕고 반폐쇄성 해역이 많아 해수가 쉽게 순환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유기물이 분해되며, pH가 더 급격하게 낮아질 수 있다. 특히 바다 밑바닥에서는 미생물의 호흡과 분해작용으로 CO₂가 축적되며, 이는 저층수의 산성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해양환경의 구조적 특성은 여수를 해양산성화에 더욱 취약한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
해양 생물과 양식업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
해양산성화는 다양한 해양 생물에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주며, 특히 석회화 생물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연결된다. 굴, 전복, 해삼과 같은 패류는 껍질이나 외골격을 형성하기 위해 탄산염 이온이 필요한데, pH가 낮아질수록 이 탄산염 농도가 줄어들며 껍질 형성이 어려워지고 성장 속도가 떨어지며, 면역력이 약해진다. 이로 인해 치패(어린 패류)의 폐사율이 증가하고, 생존율이 떨어지는 사례가 여수에서 수차례 보고되었다.
실제로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여수 일부 양식장에서는 굴과 전복의 유생 생존율이 30% 이상 감소했고, 이로 인해 양식어가의 수익성도 크게 하락했다. 또한 해조류 역시 산성화 된 해수에서는 광합성 효율이 저하되고, 조직 손상으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톳, 미역, 다시마 등 여수 대표 해조류 양식 품종들이 이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산성화된 해수는 플랑크톤 구성과 개체 수에도 변화를 일으켜,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전반을 뒤흔든다. 먹이사슬 하위 단계에서의 변화는 어류의 성장과 산란에도 영향을 미치며, 이는 결국 어업 생산량 감소 및 지역 수산업 기반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여수와 같은 수산업 중심 도시에서는 생물의 변화가 곧 지역경제와 사회안정에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여수 해양산성화 대응을 위한 전략과 과제
여수시와 정부는 해양산성화 문제를 단순한 수질오염이 아닌 기후 위기와 연계된 생태·경제 통합 이슈로 인식하고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여수 연안 전역에 걸쳐 고정형 해양 환경 관측소를 확대 설치하고, 해수의 pH, CO₂ 농도, 산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스마트 해양센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해양산성화에 민감한 양식종에 대한 탄력적 양식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예컨대, 수온과 pH 변화에 내성이 강한 품종으로 양식종을 전환하거나, 폐쇄형 순환양식시스템(RAS) 등 외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고도화된 양식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종묘 단계부터 산성화에 대한 내성을 고려한 선발육종 프로그램도 개발이 요구된다.
셋째, 산업단지 및 항만지역의 CO₂ 배출 저감 기술 도입과 규제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해양 보호 차원에서 뿐 아니라, 국가 탄소중립 전략과도 연결되는 필수 과제이며, 여수는 해양도시이자 산업도시로서 그 중심에 있다. 더불어, 선박 정박 시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육상전원공급(AMP) 설비 확대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과 어업인, 행정이 함께하는 해양환경 공감대 형성과 공동 대응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해양산성화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지만, 수산물 품질과 식탁의 안전, 지역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위기이다. 여수는 이제 단순히 아름다운 해양 관광도시를 넘어, 기후 위기와 생태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가능한 연안도시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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